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의원정수’ 문제에 불을 붙이면서 ‘정수 조정’에 대한 공론화에는 성공한 모습이지만 여야가 이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치개혁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 눈치 보기로 그동안 언급자체가 금기시 돼 왔던 의원정수 확대 논의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시작됐다. 혁신위원회가 지난 26일 제5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이를 공론화했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동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반개혁적 발상’이라고 비난을 퍼 붙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회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의원 수가 아니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정치 혁신이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국회의원을 더 비대화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현재 많은 비용을 들여서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지방정부·지방의회에 더 많은 권한을 넘기는 지방 분권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신의진 대변인은 “고비용 저효율의 국회를 바라보는 따가운 국민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의원 정수부터 늘리자는 것은 국민의 외면을 자초하는 일이다. 야당은 국민의 소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의원정수 증대에 대해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의원정수는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풀릴 수 있는 문제다. 공감대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 전후 사정을 보고 신중하고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 의견을 쏟아냈다. 이 원내대표는 “현재 지역구 246명을 (포함한) 300명 구조에서 (지역구 대 비례 비율을) ‘2 대 1’ 로 유지하는 선관위 방안을 양당이 합의하는 데 있어 의원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면 정수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당명부식 비례에 의해 전문가들이 국회에 많이 오면 국회가 내실화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할 수 있는 국회의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당의 강력한 반대와 야당 내부에서 조차 이견을 보이는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향후 정치개혁과정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주부터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기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정치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의원 정수 문제를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의원정수 문제를 두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물론 여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혁신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들이 의원 정수 증대에 눈치를 보고 무서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혁신위는 “국회의원이 참 일꾼이라면 국민들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일꾼을 뽑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수가 아니라 국회의원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라고 정치권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