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장난에 그친 셀프 디스

요즘 정치권에서 시도한 셀프 디스(self dis)캠페인이 사람들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신(self))과 무례(disrespect)를 줄여 만든 신조어인 셀프 디스는 자신의 치부나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거나 공감을 얻는 것을 말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람들이 일이 잘 안 풀릴 때 입버릇처럼 “오바마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풍자해 자신이 직접 만든 영상이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건겅보험 개혁을 지지해달라며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유 잔에 쿠키를 적셔 먹으려고 하지만 쿠키가 커서 컵에 들어가지 않자 “Thanks, Obama”라며 푸념을 내뱉는다.

 

일본 민주당에서도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셀프 디스 선거 후보자 공모 포스터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반골(反骨)의 전문가로’라는 제목의 민주당 포스터엔 “휴일이 없어진다. 비판을 받게 된다. 몸은 힘들어진다. 수입은 줄어든다. 당선 보장은 없다”라고 적시했다. 이어 “그래도 일본을 구하고 싶은 기개가 있다면 반드시 응모하라”고 권유했다.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셀프 디스’ 홍보전략이다.

 

우리 정치권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셀프 디스’를 처음 시도했다. 홍보위원장에 영입된 홍보 전문가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의 첫 작품이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첫 주자로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나섰다. 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인권변호사로 일하다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다. 30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인지 당 대표가 된 후 많은 분들이 저를 보며 ‘밀어부쳐라’, ‘딱 부러지게, 후련하게 하라’며 답답해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호남 호남해서 죄송하다. 지금껏 호남이라 눈치 보고 소외당하고 차별을 당했던 것 때문에 나라도 호남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셀프 디스에 “재미있다. 의외다.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엔 생뚱맞다는 생각이 대다수다. 계파싸움에 셀프 분당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자학 개그 패러디는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기 반성이 아니라 은근히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 같아 셀프 디스의 진정성도 떨어진다. 속보이는 정치 쇼나 말장난 같은 이벤트로는 국민에게 웃음이나 감동을 줄 수 없다. 국민이 그들의 머리 위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