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술이나 한 잔 하자던 사람에게 이런 계획이 있었다는 건 꿈에도 몰랐습니다.”
음주운전 차량을 노려 고의 접촉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뜯어낸 8인조 공갈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음주운전자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뜯은 혐의(사기 등)로 총책 이모 씨(35)와 유인책 김모 씨(32), 행동책 곽모 씨(43)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모 씨(34)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지난 2013년 8월 17일 오후 4시께 완주군 봉동읍의 한 교차로에서 A씨(29)가 술을 마신 채 운전하는 것을 확인하고 A씨의 차량을 쫓아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합의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음주운전을 빌미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A씨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들은 행동책인 곽 씨가 몰던 차량으로 하여금 사고를 유발하려 했지만 A씨가 피해 실패하자, 또 다른 행동책을 시켜 결국 의도했던 대로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등은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13년 8월 8일부터 올 4월 29일까지 19차례에 걸쳐 총 552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인을 술자리로 불러 음주운전을 유도하는 유인책, 직접 차를 몰고 사고를 유발하는 행동책 등 각자 역할을 나눴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인책을 맡은 김 씨는 A씨를 비롯, 사회 선후배나 옛 직장동료 등을 ‘가볍게 술이나 한잔 하자’며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뒤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술자리를 범행 대상자의 주거지와 그리 멀지 않은 지역으로 특정, ‘이 정도 거리는 운전해도 괜찮겠지’라는 의식을 이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사고를 낸 후 상대방의 음주운전을 빌미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실제로 신고해 ‘음주운전 차량을 붙잡았는데 도망치려 한다’는 등의 통화내용을 피해자들에게 들려주며 합의를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보험사기를 계획하고 지난해 9월 24일 오전 1시 40분께 전주시 동산동의 한 주유소 앞에서 자신들이 몰던 세 대의 차량을 이용, 고의적으로 추돌사고를 일으켜 보험사로부터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총 2000만원 상당을 챙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점을 노렸다”면서 “밝혀지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