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소통] 지리산 개발·보전 논쟁

정부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 환경단체 반대 목소리 / 남원시 케이블카 이어 산악철도 추진, 실효성 논란

▲ 지리산권 7개 시·군 단체장들이 지난 21일 남원시청 회의실에서‘지리산권 공동발전을 위한 시장·군수 연석회의’를 열었다.

2015년 7월 9일 정부는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산악관광진흥구역’ 제도를 도입하여 전체 산지의 약 70%에 해당하는 지역에 관광휴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재계가 의기투합해 산악관광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지리산권에 속한 4개 시·군은 케이블카 설치를 준비 중이다. 남원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최초로 국립공원에 산악철도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리산 국립공원을 지키려는 환경단체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연을 잘 보전하면서도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방안은 없는지, 해법을 모색해 본다.

 

△산악관광진흥구역 제도, ‘약일까 독일까’

 

 ‘산악관광진흥구역’ 제도는 지난해부터 전경련이 공개적으로 요구해온 규제완화 민원이다. 주요 골자는 보전산지 등 70%에 해당하는 지역에 관광산업을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개발제안을 하면, 불가능한 개발도 가능하게 하고, 환경영향평가도 산악관광진흥지구 도입 취지를 살려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스카이라인 등 경관과 지형을 보호하기 위해 금지하였던 표고규제도 50% 이상으로 완화하여 모든 산악의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급경사지인 25도 이상의 지역도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이로써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마루금 등 핵심 보호구역을 빼고는 주변 지역에 관광용 리조트와 케이블카, 골프장이 마구잡이로 들어설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산지 규제 완화는 공공재이자 미래에 물려줄 자연유산을 돈벌이에 동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연합 국토정책팀 맹지연 박사는 “정부가 마치 개발이 제한된 국토면적이 70%나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실제 개발이 불가한 국립공원은 전국토의 6.6%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수원보호구역 등 공익 산지를 포함해도 개발 제한 지역은 10% 정도에 그칠 뿐 이라며. OECD평균인 16%에 훨씬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산악관광진흥구역’ 관련법이 통과되면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만이 산 정상이나 절벽 위에 스키장, 골프장, 콘도, 호텔 등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문제이다. 난개발을 막는다는 이유를 들어 개발 가능한 면적을 3만㎡이상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게는 재정 및 세제 지원과 개발 부담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지리산 산악철도 경제성·환경성 논란

남원시는 지리산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악트램열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원시 주천면 산내면 일원 18km(육모정-고기삼거리-정령치-도계삼거리-달궁)구간에 설치할 계획이다. 산악철도는 지방도로 개통으로 발생했던 소음, 매연, 분진, 야생동물 로드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이라고 남원시는 주장한다. 또한 겨울철에도 운행할 수 있어 경제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교통약자나 마을의 교통 편의로 접근해 정부 시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지리산생명연대 신강 운영위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산악철도의 사례가 전무하다”며 “굴곡진 정령치 도로만을 이용해 설치가 가능하다는 철도연구원의 계획에 대해 제3자의 기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용역보고서에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나왔음에도 굳이 사업을 진행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 확보 대책도 불분명하다.

 

 ‘기존도로 사용’ 논쟁에 대해 철도연구원 서승일 박사는 “추가로 도로를 설치하는 일없이, 기존도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고 밝혔다.

 

산악철도 설치 구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산악철도 설치로 인해 기존도로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악철도 도입과 함께 기존도로의 탐방객 차량 통행 제한이 연계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남원시 구간만 철도가 놓이고, 구례군 구간은 기존도로가 그대로 남게 된다면 실효성이 사라지게 될 뿐만 아니라 교통체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생태디자인센터 김재병 소장은 “남원시의 태도를 보면 산악철도를 ‘남원시 구간’에 ‘선점’하고 싶다는 욕구만 느껴진다”며 검증되지 않은 산악철도를 지리산 관통도로에 적용하기 전에 이 구간에 관광셔틀버스 도입을 제안했다.

 

△지리산권 7개 지자체 공동발전 협약 체결

 

다행히 최근 지리산권 지자체들이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이환주 남원시장 등 7개 시·군 단체장은 남원시청 회의실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지리산권 공동 발전에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7개 시·군은 협약을 통해 지리산권 관광순환버스 구축, 지리산 둘레길 및 순환관광로 편의 강화, 지역관광 및 농·특산물 공동마케팅 강화, 지리산권 문화 및 통합축제박람회 개최 등 4대 소프트웨어(S/W) 전략 추진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지리산권에 속한 지자체들이 자기 지역만 바라보며 이기적인 경쟁으로 달려나가고 있다며,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지리산권 발전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환경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비췄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은 3개도, 7개 시·군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보니 각 자치단체별로 관광개발이 이뤄지고, 종합적인 관리도 쉽지 않았다”면서 “탐방객 입장에서도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이나 생태관광 정보 이용 측면에서 불편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에 제안된 4대 전략 사업은 탐방객의 편의도 돕고, 지역 간 교류도 활성화시킬 것이며, 지리산권 공동 비전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신뢰 쌓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이 신뢰관계가 아직은 초기라서 그 기반이 허약하다며, 더욱 굳건한 신뢰와 협력관계를 위해, 우선 지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케이블카 설치 중단을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지역간 상생 방향이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대규모 관광개발이 아니라, 지리산 국립공원의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산림 휴양과 산촌 체험 등 ‘생태관광자원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장간의 협의체만으로는 지역의 이익 여하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도 있고, 선거 결과에 따라 지속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지역 시민단체와 학계, 주민이 함께 결합하는 ‘민관 거버넌스형 지리산권 공동협의체’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촉구했다.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자연 그대로의 산을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찾는다.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소규모 개발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 지형에 어울리는, 산이 살아온 흔적을 담아낼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와서 보는 ‘얕은’ 지리산이 아니라 힘들고 어렵게 와도 견딜 수 없게 보고 싶은 ‘깊은’ 지리산이 더 귀한 관광자원인 것이다.

▲ 한은주 전북환경운동연합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