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시작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였다. 계파 갈등과 혼란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어떻게 국민들이 원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겠냐는 따끔한 질책이었다.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과 함께 하는 꼭 필요한 정당, 사랑받는 정당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고민 끝의 결론은 ‘과감한 공천혁신’이었다.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심위)를 완전히 해체하고 숙의(熟議) 선거인단에 의한 경선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 배경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 갈등과 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국민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도부가 공천권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인물을 선거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공천 시스템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경쟁력 있는 정치신인 발굴 필요
현재 공심위의 경선 후보자 2~3배수 압축 과정은 사실상 ‘계파 간 나눠먹기’과정에 불과하다. 결국 공심위의 압축과정은 경쟁력은 있으나 계파 없는 신인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국민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한 불분명한 사유와 기준에 따른 전략 공천과 무분별한 단수 공천 남발로 계파 갈등을 초래하고 후보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궁여지책으로 시작했던 ‘여론조사’는 일반전화 불법착신의 부작용을 낳았고, 조직적인 대량 착신전환으로 여론조작을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부작용을 타파하기 위한 시작은 지도부의 공천개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다.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지도부의 입김에서 벗어난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시스템이 필요하다. 새로운 공천시스템은 현재 공심위를 해체하고 숙의 선거인단 경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후보 배수압축을 원천봉쇄하고 사전에 마련된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철저하고 엄격한 자격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만일 후보가 난립한다면 현역의 기득권을 배제할 수 있는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도 여성, 청년, 노동, 장애인, 체육, 의약 등 분야별 경선 통해 선출될 수 있도록 하고 전략공천은 전면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숙의 선거인단 경선은 글자 그대로 깊이 생각해충분히 의논해 공직후보자를 선출하는 경선제도다. 자격심사를 통과한 후보는 모두 경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경선 후보자간 토론회, 숙의 선거인단 분임토의, 선거인단 단위별 숙의 결과 발표, 후보자 2차 토론회, 선거인단의 2차 토론회 평가 및 단위별 최종 숙의, 선거인단 직접 비밀 투표, 최종 후보 결정(결선투표 적용)의 과정을 거치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되는 것은 물론 누구라도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숙의 선거인단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중앙선관위에 숙의 선거인단 추출 및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선거구별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로 주민등록번호 기준 또는 휴대전화 안심번호제를 이용해 약 200~400명 규모의 선거인단을 무작위 추출한다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투명·공정한 민주적 공천 시스템
새누리당이 공천혁신안으로 채택한 ‘오픈프라이머리제’는 당 지도부의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역에 절대적으로 유리해 정치신인의 진입이 어렵고, 조직 동원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정당정치·책임정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결국 계파 나눠먹기라는 오명을 벗고, 경쟁력 있는 신인 발굴을 통해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숙의 선거인단 경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숙의 선거인단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투명하고 공정한 민주적인 공천 시스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