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하얗게 더불어 담이 되고
의지가 되고 바람은
구름 속도로 살랑거린다
지금 잎이 초록이라는 것은
꽃이 화려하게 꿈꾸는 중임을
말해 무엇하랴
다가섰을 때에야
보이지 않던 것들
볼 수 없었던 사실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와
우리는 하나일 수 있었다
무게중심을 옮길 때 보랏빛은 환상
아침이면 세상에 들었다가
햇빛에 부끄러워 제 몸을 접으며
홀로 꿈꾸는 나팔꽃.
△보랏빛 나팔꽃을 생각한다. 태양이 떠오를 때 눈 감아버리는 꽃을 사랑한다. 햇빛에 제 몸 부끄러워 혼자서 꿈을 꾼다는데, 끝없이 오르는 꽃을 위하여 바람도 눈치를 본다는데, 나는 입 꼭 다문 나팔꽃에게 뜨거운 키스를 하고 싶다. 우리는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싶어서다. 시인 이소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