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맥 축제

“가맥이나 한 잔 하지.” “가맥 집으로 가지 뭐.” 전주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 “가맥이 뭐여?”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줄인 말이다. 소형 상점의 빈 공간에 탁자 몇 개 놓고 오징어 등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곳이다. 가맥은 1970년대 전주 중앙동의 홍콩반점 맞은 편에 있던 영광상회를 원조로 친다. 이 가게에서 오징어나 북어포, 과자 안주에다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광상회는 없어졌지만 도일슈퍼, 초원슈퍼, 경원상회, 전일슈퍼, 임실슈퍼 등이 나름대로 맛을 개발하면서 꾸준히 명맥을 이었다. 가맥 집은 전주에서만 300여곳에 이른다.

 

가맥 집이 뿌리 내린 건 부담 없는 가격에다 독특한 맛의 양념장 때문이다. 맥주 한 병에 2500원으로 저렴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맥주를 즐길 수 있어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가맥 집을 선호한다. 안주는 갑오징어나 황태, 계란말이, 땅콩 등 간단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중 백미는 단연 갑오징어다. 갑오징어는 오징어보다 질겨서 망치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하는데 양념장을 찍어 먹는 맛이 오묘하다. 가맥 집마다 다른 양념장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술꾼들의 양념장 품평도 날카롭다. 야외에는 탁자가 비치돼 있고 실내에는 에어컨이 갖춰져 있어 요즘처럼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주당들에겐 인기 짱이다. 최근에는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가맥 집은 이들이 찾는 단골 명소로 부상해 있다.

 

전주만의 독특한 음주문화인 가맥이 이젠 축제로 승화되고 있다. ‘2015 가맥축제’가 7·8일 이틀간 한옥마을 인근인 한국전통문화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가맥축제는 송하진 지사의 주문이 계기였다.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공장 방문 당시 하이트진로 활성화 대화 중 가맥 이야기가 나왔고, 민간 중심으로 주도해 보라고 권유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김정두 축제조직위 사무국장이 전했다. 가맥 집 대표와 경제살리기도민회의 등 순수한 민간단체 중심의 축제다.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맥은 이제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와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축제를 통해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새 콘텐츠로 뿌리내린다면, 그리고 체류형 상품으로 진화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가 아니겠는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