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기에 선 전북

▲ 고건 前 전주대 총장·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이화여대 석좌교수
지금 세계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는 항상 기회와 위기가 상존하는 법이다. 과거 인류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동할 때 그 시기에 적응하지 못한 나라들이 많았다.

 

이제 인류는 산업사회에서 다시 지식기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전라북도의 연구개발특구 지정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50년간 호남이 산업사회에서 소외됐던 것은 불가피했다. 산업사회는 자연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도 맨체스터만, 미국의 경우에도 시카고만 산업화에 유리했다. 왜냐면 이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주변에 지하자원이 풍부했고 항구 등 자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이 제철소 부근에 위치하듯이 이 같은 공업 클러스터들은 항구 부근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호남이 산업혁명에서 소외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이 같은 지리적 불평등이 사라지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자동차나 항공기 재료도 금속보다는 탄소섬유 같은 화학물질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므로 자동차, 비행기, 군수품 부품 공장이 반드시 제철소 부근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농업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이웃한 두 나라가 식자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에서는 쌀에서 중금속 카드뮴이 발견되고, 온갖 불량식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원전 오염으로 자국산 먹거리를 믿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깨끗하면서도 착한 가격의 식자재를 원하고 있다. 전북은 이들에게 가장 경제적으로 가장 우수한 식자재를 보급해 줄 수 있는 지역이다.

 

문제는 도민 모두의 단합이다. 독일이 산업혁명 이후 일등국가가 된 이유는 Hungry 정신 때문이다. 독일은 지하자원이 없는 나라이다. 그래서 독일은 항상 폴란드, 우크라이나 같은 곡창지대를 부러워했었고 프랑스 스페인 같은 기름진 땅을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바로 그 Hungry 정신이 오늘 독일 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3만 달러에 안주하지 말고 보릿고개 정신으로 되돌아가 다시 한번 창조경제에 도전하는 굳은 의지가 절실해지고 있다. 지금이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lon Musk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Musk씨는 일찍이 ‘페이팔’이라는 벤처를 성공시켜 2조 원이나 되는 돈을 벌었다. 그는 이 돈을 자기 개인의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가장 리스크가 높은 IT, 태양열, 전기차, 우주산업 등에 아낌없이 재투자 했다.

 

그래서 오늘날 생겨난 회사들이 유튜브, 테슬라 전기차, 페이스북 등이다. 또 워싱턴주 학부모들은 워싱턴 대학의 컴퓨터를 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학을 설득했고 그 결과 한 고등학교에서 빌게이트라는 세계적인 IT 기업가로 배출해냈다.

 

우리는 이들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창업은 청년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득권층, 기성세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전라북도의 환골탈태는 행정부 리더십이나 교사에게만 맡겨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도민 전체의 과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