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심상치 않다. 비수도권 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는 등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정부는 규제완화 조치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조치라고 밝히고 있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투자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수도권으로 기업들이 몰릴 수 밖에 없어 사실상의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본격화된 수도권 규제완화는 최근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는 발표때 마다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북발전연구원에 따르면 현 정부들어 현재까지 7차에 걸쳐 투자활성화 대책가 발표됐다. 발표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총 456개로, 이중 수도권 규제완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대책은 139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31개 과제는 수도권 집중을 초래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규제완화이고, 108개는 수도권 집중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과제로 평가됐다.
이와는 달리 정부차원에서는 별도의 규제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2월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통해 153건의 규제 기요틴 과제를 확정했다.
당시 확정된 규제 기요틴 과제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등 4개의 수도권 규제완화 과제가 포함됐다. 회의에서는 비수도권 자치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국토정책 차원에서 이들 4개 과제를 ‘추가 논의 필요’항목으로 분류했다. 이들 과제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시행될 수 있는 조치들로, 시행될 경우 비수도권 자치단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3일 전북발전연구원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이들 4개 과제가 시행되면 향후 10년간(2016년∼2025년) 전북도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은 생산액의 경우, 최대 1조 9516억원, 부가가치액은 최대 6389억원, 고용은 최대 7595명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북도만을 한정한 것으로, 비수도권 14개 시·도를 합할 경우 그 규모는 엄청나다. 전북도를 비롯한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이 이들 4개 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이에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기조에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전북도를 비롯한 14개 시·도지사와 지역 대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 협의체는 지난 4월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기회를 갖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을 비롯,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비수도권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과제에 대한 릴레이 세미나 개최 및 연구과제 수행 등 주요 사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전북발전연구원이 3일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전북도 영향’도 이에 대한 사업중 하나로, 다음달 천만인 서명부를 국회 및 정부에 전달하고 세부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발연은 이날 “정부의 방침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살 수 있는 상생방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전발연은 이와 관련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생방안으로 △수도권 비수도권간 개발이익공유제(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 △비수도권 주력산업 발전특구 지정 및 지원 △지역균형발전 실행을 위한 지역등급제 △이전기업 보조금 상향 등 지방투자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 △지역출신 의무고용제 확대 등 지역대학 육성지원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