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신당의 성공 조건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어제 국회의원 당선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전북을 찾아 신당 세결집에 나섰다. 천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때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호남발 신당 창당의 도화선이 됐다.

 

친노패권주의로 2차례나 당 공천에서 제외됐던 천 의원이기에 와신상담(臥薪嘗膽), 야권 개조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것이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뼛속까지 뿌리내린 마당에 호남중심의 신당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전망이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과 전남도당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직 실체도 없는 신당이 새정연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왔다는 후문이다. 도내 11개 지역구 의원 가운데 무려 10곳이 이름도 없는 신당 후보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나 새정연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반인 호남이 흔들리다보니 당내 이탈세력도 나오기 시작했다. 새정연 당직자 출신 모임인 국민희망시대가 집단 탈당을 선언했고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 논의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정대철 상임고문과 박주선 김동철 의원 그룹 등 대여섯 개 그룹이 비노 연합 신당론에 군불을 떼고 있다.

 

이처럼 야권 신당론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각종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면서 수권능력을 상실한 탓이다. 특히 친노-비노간 계파 싸움에 국민들의 실망감과 호남사람들의 혐오감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을만한 새로운 비전과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 의석수 늘리기 등 국민정서와는 반대로 역주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야권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국민적 반감만 가지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더욱이 야권 신당이 호남중심의 지역당으로 전락한다면 충청권의 자민련이나 자유선진당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정당이 성공하려면 명분과 인물, 재정 등 3가지가 필수조건이다. 이 가운데 인물, 즉 확실한 대권주자와 세력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DJP 연합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룩한 것이 그 선례다.

 

천정배 의원이 어제 전주 방문에서 밝힌 것처럼 전국적 개혁정당과 2017년 대선에서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신당이 뜰 수 있다. 호남에 안주하거나 그 나물에 그 밥으로는 절대 신당이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