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이 성폭력 범죄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신상정보 등록’ 규정에 대해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고 확정되면 무조건 20년 동안 신상정보를 등록하도록 한 법률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판단에서다.
전주지방법원 오영표 부장판사는 4일 “강제추행죄의 경우 행위자의 책임, 불법성의 경중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재범의 위험성 등이 비교적 적은 범죄자에 대해서도 무조건 신상정보를 등록토록 하고 있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오영표 판사는 “신상정보 등록 제도를 통해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의 조속한 검거 등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까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제한까지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판사는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을 예로 들었다. A씨(57·여)는 지난해 3월 B씨(30·남)가 몰던 택시에서 “여자야, 남자야?”라고 말하면서 B씨의 가슴 부위를 2~3회 만진 혐의로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A씨는 형이 확정될 경우 20년 동안 자신의 신상정보를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등록해야 한다.
오 판사는 “A씨의 경우 가벼운 형벌보다 신상정보 등록이 훨씬 가혹한 형벌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죄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신상정보 등록을 규정한 법률 때문에 법원이 A씨에 대해 선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등록기간을 단축받기 위해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성폭력 범죄에 관한 규율은 법정형의 강화, 중첩적인 보안처분의 부과, 신상정보 수집에 이르기까지 처벌과 의무 부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형사정책적 관점에서라도 성폭력 범죄의 억제, 예방을 위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예방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대상의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20년간 자신의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