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 속 김제 '동물복지농장' 가보니…] "넓은 공간서 자란 닭 폭염 쉽게 이겨내죠"

사육 밀도 넉넉하게 / 환기·조명 관리 꼼꼼 / 가축 스트레스 줄여

▲ 지난 8일 김제시 용지면‘동물복지 축산농장’인 ‘행복한농장’에서 농장주인 이제철 씨가 닭을 살피고 있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양계 농가를 중심으로 가축 폐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동물복지’를 통해 폭염 피해까지 예방하고 있는 ‘동물복지 축산농장’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찾은 김제시 용지면 ‘행복한농장’에서는 800여㎡ 면적의 축사동 내부에 약 6000마리의 산란계가 폐쇄형 우리가 아닌 깔짚과 모래바닥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육밀도를 계사 1㎡ 당 산란계 7마리 가량으로 유지했다. 서로 날개가 다닥다닥 붙은 채 한 자리에서 모이를 먹고 알을 낳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2013년 전북지역에서는 다섯 번째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 주인 이제철 씨는 “편안한 환경 속에서 자란 닭은 그만큼 건강하고 면역력이 강해 폭염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공간이 넓다보니 닭들이 알아서 시원한 곳을 찾아간다”면서 “바닥에서 떠있는 횃대에 올라가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12개의 대형 팬이 쉴새없이 시원한 바람을 축사에 공급하고 있었고, 30여개의 환기시설이 공기를 순환시켜 분뇨 냄새가 거의 없었다. 여름에는 벽면의 창문을 막고 있는 가림막을 걷어내는 등 닭들이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축사 환경을 유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축사 내 조명 역시 매일 하루에 8시간 이상의 명기와 6시간 이상의 암기가 지속되도록 조절한다.

 

이 같은 가축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이곳 농장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었다. 올 여름 도내에서는 10개 양계농가에서 총 1만8000여 마리의 닭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

 

한편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친환경적·인도적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 2012년 산란계를 대상으로 첫 도입된 이후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등 점차 인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건강관리·급이·급수·사육밀도 및 환경 등 수십가지의 심사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적인 농장보다 거액의 시설비가 들어가는데다 필요한 노동력도 크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농장 기준 강화 등 사육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68개 농장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았으며, 전북지역에는 남원 3곳을 비롯, 무주·정읍·김제·고창·순창·익산 등 모두 9개 농장(산란계 8곳, 육계 1곳)에서 총 15만9000여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최성은, 김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