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농협 도약의 조건

조합장 선거 놓고 내홍…개혁 성공하기 위해선 쌓인 갈등 해소 최우선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전주농협은 자산 1조 1000억 원에 달하고, 조합원 수 5800여명, 30여 개의 사업장과 230여 명의 직원을 둔 대형 조합이다. 전주복숭아, 전주배 등 유명 브랜드 농산물은 전국 경쟁력을 갖췄고, 65만 전주시민이 농산물과 금융 소비자로서 떠받치고 있다. 전주농협은 지난해 전년대비 9억 증가한 47억 5400만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고, 5년 연속 농협중앙회 클린뱅크로 선정된 우량 조합이다.

 

하지만 최근 전주농협이 불안하다.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가 날로 늘어나 농산물 수입물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대내적으로는 경제성장률 하락세 여파로 금리가 크게 떨어지는 등 주변 영업 환경이 만만찮다. 게다가 전임 박서규 조합장이 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고 불과 4개월 만에 낙마했는데, 설상가상 지난달 다시 치른 선거를 통해 취임한 임인규 조합장마저 선거법 위반혐의로 법정에 선다.

 

전주농협은 지난해 47억 여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직원 상여금 깎아 순익을 늘렸다는 내부 불만이 나왔고, 원예농협 등 경쟁 조합들의 도전 등을 고려할 때 전주농협이 언제까지 수십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36만 원씩의 농사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고, 무려 1000명 넘게 인파가 몰린 취임식에서 이를 확인했다. 경영 환경이 어려운 만큼 농사연금 지급 약속은 경영진을 압박할 것이고, 대대적인 내부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전주농협은 지난 몇 년간 조합장 선거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은 자칫 조직 단합을 해칠 수 있다. 전주농협이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인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려가 엿보인다.

 

지난 7일 오전 전주 시온성교회 강당에서 열린 임인규 조합장 취임식장에서 원로 소형철 조합장(4선)이 뼈있는 충고를 했다.

 

소 전 조합장은 축사에서 “전주농협은 1988년 전국 평가에서 1등을 했다. 이후 10여년 간 수위를 달려온 모범 조합”이라며 “그런데 웬걸 조합장 선거를 하면서 이쪽 저쪽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조합원들이 그 모든 것을, 서로 간에 조정해 가면서 조합발전을 뒷받침해 달라”고 했다. 전주농협의 선거 폐해를 질타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소 전 조합장의 소망도 위기다.

 

임 조합장이 취임사에서 “이제 선거는 끝났고,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하나이고, 뭉쳐야 산다. 선거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면 용서해 주시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감싸 달라.”고 호소하자 현장에 있던 한 참석자가 “고소하고 절대 교도소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하며 실소한 것. 실제 임 조합장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상대 진영 누군가를 직접 고소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참석자의 실소 섞인 말은 전주농협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임 조합장이 취임사에서 화합을 말했다. 자신의 허물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 했다. 하지만 본인이 먼저 상대에게 다가가 이해를 구하고 또 뭔가 조합 발전 차원의 치유에 솔선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 때문에 임 조합장이 7월 23일 출근부터 임직원 줄 세우기에 들어갔다는 둥, 오는 20일 예정된 조합총회에서 선출할 이사 4명, 감사 1명도 친정 체제용으로 구축할 것 아니냐는 둥, 농사연금 지급에 문제가 크다는 등 비판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임인규 조합장은 35년을 조합과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다. 그가 성공한 조합장이 되려면 우선 선거법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화합의 리더십을 보이고, 깨끗한 처신으로 경영에 매진해야 한다. 봉급을 깎을 필요도 없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면 된다. 그동안 조합장 선거와 대의원, 이사, 감사 선거 때 나타난 허물들을 걷어내고, 화합하고 뭉치는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