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탄소산업 르네상스'를 주도하다 ⑤ 독일 CFK·MAI 카본 밸리

경쟁 아닌 협력관계 구축…탄소 클러스터 '시너지 창출'

▲ CFK valley stade 전경. CFK 밸리는 매년 탄소복합소재를 주제로 한 국제회의를 진행하고 올해는 지난 6월에 CFK 밸리 콘퍼런스를 열었다.

CFK valley stade(이하 CFK 밸리)와 M·A·I carbon(이하 MAI 카본 밸리)은 독일의 대표적인 탄소 클러스터다. CFK 밸리는 에어버스(Airbus)사를 비롯한 CTC, DLR, 프라운호퍼 등 항공용·산업용 탄소복합재 관련 기관, 기업으로 이뤄진 연합체다. MAI 카본 밸리는 아우디(Audi), BMW를 중심으로 뮌헨(M), 아우크스부르크(A), 잉골슈타트(I) 등 3개 도시에 조성된 클러스터다.

 

CFK 밸리, MAI 카본 밸리 등 독일 탄소 클러스터의 성공 이면에는 독일 ‘히든 챔피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소기업이 많은 독일 산업 구조 특성상 탄소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디자인, 시뮬레이션, 표면처리, 생산 공정 등 탄소산업 분야별 중소기업이 클러스터를 통해 결집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화를 이루고 있다.

 

△독일 CFK 밸리, MAI 카본 밸리는=국내에서 제일 먼저 탄소산업에 뛰어든 전북도는 독일에서 탄소 클러스터를 처음 구축한 CKF 밸리와 비슷한 면이 많다. 과거 니더작센주는 뮌헨, 아우크스부르크,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BMW 등 탄탄한 자동차 산업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 산업의 발굴이 절실했다. 이에 항공시장과 탄소산업을 결합한 탄소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초기 선점 효과를 누리며 나름의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MAI 카본 밸리가 생성됐고, 자연히 CFK 밸리와 MAI 카본 밸리는 경쟁·협력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이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전북도의 메가 탄소밸리 조성사업, 경북도의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 CFK 밸리 구성원인 Oellerich사Jorn oellerich 대표가 탄소 클러스터 구축시 성공 요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구나 메르츠 CFK 카본밸리 회장은 “처음 탄소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익이 창출되자 내부에서 CFK 밸리 남부지사 설립 의견이 도출됐지만, 당시에는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다”며 “뒤이어 MAI 카본 밸리가 구축됐고, 현재는 CFK 밸리가 후생 주자인 MAI 카본 밸리의 북부지사가 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에 설립한 CFK 밸리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기술을 토대로 회원사 간 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 100개 이상의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고 소기업 39%, 중기업 29%, 대기업 17%, R&D 기관 15% 등의 비중을 보인다. CFK 밸리는 제품 디자인부터 시뮬레이션, 보조 기계 및 재료, 생산 시스템, 조립 기술, 표면 기술, 훈련 및 교육, 재활용, 품질 테스트 등에 이르는 각 분야 전문 회사로 구성돼 있다.

 

매년 이틀간 탄소복합소재를 주제로 한 국제회의를 진행하고 올해는 지난 6월 16~17일 양일간 CFK 밸리 콘퍼런스를 열었다.

 

MAI 카본 밸리는 독일 남부의 아우디와 BMW 등 프리미엄 자동차 생산 기지가 위치한 뮌헨(M), 아우크스부르크(A), 잉골슈타트(I) 등 3개 도시를 주축으로 한다. 46개 업체, 15개 교육 및 연구기관 등 총 72개의 탄소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결집해 있다. 생산비용 90% 절감, 재료 원가 50% 절감, 탄소복합재 벨류 체인을 통한 전체 비용 50∼60% 절감을 목표로 탄소복합재 상용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상태다.

 

△전북도의 CFK 밸리, MAI 카본 밸리 벤치마킹= 전북도는 지난 3월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프랑스, 독일을 돌며 카본 로드(Carbon road) 구축에 나섰다. 이 활동을 통해 니더작센주 및 CFK 밸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탄소복합소재 분야의 공동 연구개발 및 상용화 협력, CFK 밸리 코리아 전북지사 설립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전북도의 항공기 부품 MRO 사업과 연계한 에어버스 연구소 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 전북유치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니더작센주의 산업 구조는 자동차(폭스바겐), 항공·우주(에어버스), 신재생에너지, 조선 분야 등으로 전북도와 유사하다.

▲ CFK 콘퍼런스에 참여한 대학생팀이 만든 탄소비행기 모형.

이와 관련 CFK 밸리 원년 구성원인 Jorn Oellerich 대표와 에어버스사의 관계는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1918년 설립한 가족기업 Oellerich사는 페인트칠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에어버스사는 Oellerich사에 항공기 표면 처리를 요청했고, 현재는 에어버스의 항공기 내부를 비롯해 꼬리 부품 등에 대한 표면처리를 맡기고 있다. 또 대기업의 존재 여부에 종속하지 않기 위해 16년 전부터는 일본과 교류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Oellerich 대표는 “초반에는 에어버스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도 많고, 보안도 강해 거부감이 있었으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에어버스에 적합한 기업이 됐다”며 “탄소시장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이고, 의지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CFK 밸리와 MAI 카본 밸리는 똑같은 탄소산업을 항공, 자동차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등 산업군 차이로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가 우선시된다”며 “탄소 클러스터 형성에 있어 자본과 기술은 기업에서 부수적으로 수반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클러스터 성공의 열쇠는 적합한 사람을 찾아 서로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