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1년 맞은 김제 출신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 "전북, 다양한 문화자원 잘 가꾸면 경제적으로 생동할 것"

판소리·농악·한지 등 지역발전 도움 줄 자산 많아 / 익산 백제유적, 도내 시·군 문화유산과 연계 가능 / 고창 고인돌군 정비 관광자원화 업무 추진 보람

▲ 부임 1년을 맞은 전북 출신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이 각종 문화행사로 떠들썩하다. 문화재는 최고의 교육, 관광자원이자 힐링자원이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요즘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창경궁 야간 개방, 경주 안압지, 고창 고인돌 등 전국에 산재한 문화재들은 규모와 내용이 각기 다르지만, 국가나 지역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백제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문화재청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부임 1년을 맞은 전북 출신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59·1급)을 만나봤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8·15를 전후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시행중인데, 그 취지나 배경은 무엇입니까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에 단절, 훼손된 문화재를 찾고, 복구하기 위한 사업으로 ‘일제 강점기 단절된 무형유산 사례와 가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 개최, 일제 강점기 훼손된 남원읍성 북문, 안동 임청각, 강릉 대호부 관아를 2025년까지 복원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수립 지원할 계획입니다

 

오는 20일까지 ‘경회루 성하에 물들어’ 덕수궁 ,석조전 빛의 옷을 입다’ 등 고궁 활용 축제를 개최하고, 전주의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다시 찾은 빛’이라는 공연을 통해 힘찬 미래를 도약하는 염원을 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장소이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1907년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던 장소인 중명전에서 ‘고난을 넘어 미래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문화재 관련 업무를 추진하면서 안타까운 순간과 또 보람을 느낀 경우도 있을셨을 것 같습니다.

 

“2001년 서울 풍납토성 안 재건축부지와 경주 손곡동 일대 경마장부지 보존 결정 때 담당 계장이었는데, 당시 아파트 재건축 부지에서 백제 초기 왕성으로 보이는 유물과 유구가 확인돼서 그 지역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고,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부지 매입을 통한 주민보상을 해야 했습니다.

 

재건축 무산에 따른 민원에 대해 문화재 보존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보상 예산을 원만히 확보해서 결과적으로 문화재도 보존하고 주민보상도 할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보존과정에서 뜻밖에 주민에게 어려움을 주게될 때 안타깝죠.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은 양면성이 있다고 봅니다.보존 정비에 따른 갈등이 있었지만 문화재청과 자치단체와 협조를 통해 우리나라 핵심 문화재로 가꿔진 문화재로 ‘고창 고인돌군’과 ‘남한산성’을 들 수 있습니다.

 

둘 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2000년 초·중반에는 고인돌 분포지역을 국가 사적으로 확대 지정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산성을 유원지화 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협조를 통해 장기적 계획에 의거 정비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관리 이용되고 있는 것이 문화재 업무에 오래 몸 담은 사람으로서 보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지역사회에서도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4일 독일 본(Bonn)에서 개최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됨으로서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장경판전, 종묘가 처음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후 12번째로 등재가 됐습니다. 이번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문화재청과 전라북도, 충청남도 그리고 익산시 및 부여군, 공주시 등 중앙정부, 광역단체, 기초단체가 긴밀히 준비한 협력사업의 결과로 향후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에 모범사례로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북은 200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유적에 이어 2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돼, 서울, 경북에 이어 세계유산을 많이 보유한 지역이 됐습니다.

 

전북에는 인류무형유산인 판소리와 농악(임실필봉농악, 이리농악)과 공예, 한지 등이 잘 전승되고 있어 역사와 문화를 지역 발전의 큰 자산으로 활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통공예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것은 익산미륵사지 출토유믈에 나타난 정교한 예술성이 현재에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도내에서는 백제지구의 유네스코 등재에도 불구하고 충남권의 들러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기우입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두 지역이 문화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발전을 기할 수 있는 계기를 준 것이라고 봅니다. 지역별로는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을 통해 그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려고 할 것이고, 이를 위한 경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전북의 경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 유물에서 나타난 섬세한 공예적 특성, 국보인 미륵사지 석탑의 건축적인 미와 해체 복원 과정의 스토리텔링화, 왕궁리 유적의 조경적인 구성미, 농경유적의 정수인 김제벽골제, 그리고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군, 전주 한옥마을과 한지, 판소리, 공예,음식 등 무형문화유산적 요소를 잘 연계한 프로그램, 스토리 등을 만들어 확산해 나가면 될 것입니다.

 

전북은 이미 한옥마을 이라는 성공사례가 있고, 우리나라에 하나 밖에 없는 지평선과 농경 유적의 골간인 벽골제 등 다양한 문화자원과 스토리가 있는만큼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잘 가꾸면 문화가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생동하는 지역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 [김종진 차장은] 문화재 보존·관리 경험 풍부한 관료, 온화함·강단 겸비

 

김종진 차장(59·1급)은 김제 진봉이 고향이며, 진봉초, 전주서중, 전주고, 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1년 남짓 김제군청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한 그는 7급 공채로 문화재관리국에서 재출발, 문화재의 보존, 관리에 가장 경험이 풍부한 관료로 꼽힌다.

 

인상은 온화하지만 일처리가 깔끔하고 강직해 뚝심있게 원칙을 고수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1981년대 7급으로 공직을 출발, 국장(2급)으로 퇴직한 그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으로 10개월 가량 활동하다가 지난해 친정인 문화재청 차장(1급)으로 재임용됐다.

 

공직 대부분을 문화재 관련 행정에 몸담은 그는 2000년대 초, 보존과 개발이 첨예하게 대립된 서울 풍압토성 안 재건축 부지를 사적으로 지정해 문화재 보존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문화재등록제를 도입해, 근대문화유산이 보호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고비고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최근들어 문화재가 지역 주민들과 공감되게 보존, 활용될 수 있도록 헌신했다.

 

고향인 전북과 관련한 업무도 수두룩하다.

 

국립무형유산원 설립 초기, 사업 타당성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고, 이후 행정자치부 및 전주시와 협의를 통해 국가 조직이 구성될 수 있도록 했고, 김제 벽골제, 경기전, 미륵사지 등 도내 주요 문화재가 보존, 복원될 수 있도록 하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