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망 숨긴채 보훈급여 '꿀꺽'…50대 '집행유예'

"죄송합니다.  월급처럼 꾸준히 들어오는 돈에 눈이 멀어서…" 보훈급여 수급자인 부모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보훈급여를 타낸 2명이 잇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마땅한 직업이 없던 오모(54)씨는 보훈급여 대상자인 아버지가 지난해 8월 지병으로 숨지자 '꼼수'를 썼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보훈급여를 계속 타내기 위해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숨기기로 한 것이다.

 오씨는 아내와 함께 아버지의 시신을 새벽 시간대 선산에 묻었다.

 주변에 사망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장례도 치르지 않아 주변에선 아버지가 숨진 지 전혀 몰랐다.

 사망사실을 모르는 국가보훈처는 오씨 아버지 명의의 통장으로 매달 110여만원을 꼬박꼬박 입금했다.

 오씨가 이렇게 타낸 돈은 7개월간 830여만원.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선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오씨는 검찰에서 "암을 앓고 있어 목돈이 필요한데 돈줄이 끊길까 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씨에 대해 전주지법 형사4단독(송호철 판사)은 19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모(58)씨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씨의 경우도 보훈급여를 받던 어머니의 사망(2009년)사실을 숨긴 채 올해 3월까지 4천4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박씨는 범죄 사실이 발각되자 받은 보훈급여를 모두 반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부정하게 받은 보훈급여의 일부 또는 전액을 반환했고 범행을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유족이 행정기관에 사망신고를 하면 보훈처가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미신고 때는 이를 알 수 없다"며 "미신고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과 함께 장례식장이나 병원에서 사망자 명단을 만들어 행정기관에 제출해 사망사실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