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전통음악 대중화에 대한 소견] 올바른 제도 교육 필요하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보편 타당한 언어로 교육 / 전통음악사 재정립도 필요

▲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판소리 다섯바탕 공연 모습.

오늘날 전통은 과거의 한 시점에서 고착된 역사적 증거가 아닌 민족적 자아로서 미래 지향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통의 계승·발전에 대한 음악부문의 노력은 제도의 확립과 공적 지원체계의 마련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전통음악은 ‘국악(國樂)’으로 통칭되지만, ‘민족의 보편적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전통음악계는 대중화를 세계화와 함께 중요한 의제로 인식하고 있다.

 

전통음악의 대중화 기반은 올바른 제도 교육다. 역사적으로 전통음악은 소통과 공감의 예술이었지만, 정규 교육과정과 일상적 음악환경을 점유하고 있는 서양음악에 밀려 전문가의 예술로 인식되고 있다. 서양음악 위주의 관점과 이론체계로 이뤄진 음악교육으로는 전통음악의 실체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뛰어난 전통음악 이론가인 동시에 교육자였던 작곡가 백대웅(白大雄, 1943-2011)은 제도 교육에서 가르치는 음악의 3요소인 가락(melody), 장단(rhythm), 화성(harmony)은 전통음악에 담긴 성음, 길, 이면이라는 말에 숨겨진 깊은 뜻을 설명할 수 없으며, 음악(音樂, Music)이라는 말은 20세기 이후의 사용됐고 이전에는 악(樂), 소리, 노래 등으로 표현됐다고 짚었다.

 

또한 전문가의 언어로만 설명돼온 전통음악계의 자성도 필요하다. 보편타당한 언어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통일된 개념이어야 하며, 학생의 다양성을 살리되 합리적으로 정리된 이론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백대웅은 잘못된 음악교육의 예로 홍난파(洪蘭坡, 1897~1941)가 전통음악을 가리켜 ‘화성이 없는 원시음악’ 이라고 했던 말을 여러번 지적했다. 홍난파는 조선정악전습소라는 20세기 최초 우리나라의 음악교육학교에서 수학했음에도 전통음악에서 생성됐던 길바꿈기법(변조, 전조기법)이나 장단의 다양함, 예술성 등을 인식하지 못해 선입견을 가졌다는 것이다.

 

더불어 학술적으로 전통음악사에 대한 재정립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전통음악사는 왕조사(王朝史) 중심의 편년체 형식으로 기술됐다. 각 음악장르의 생성과 변모에 대한 통시적 이해는 쉽지 않다. 왕조의 흥망성쇠가 문화예술사의 변화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이나, 서양의 문화예술사가 문예사조의 변화에 따라 교육되고 있음을 살펴본다면 음악양식사의 도입은 전통음악에 대한 보편적 이해와 대중화를 위해 중요하다.

 

부르크하르트 이후, 19세기 중반에 시작된 서양의 음악양식사 연구는 구조적인 역사, 수용의 역사, 문화적인 역사도 포괄하는 연구 또는 비평의 한 형태로 음악에 초점을 맞춘 미학적 경험까지 폭이 넓어지고 있다.

 

반면 전통음악계는 일부 학자에 의해 전통음악양식사 기술이 제기됐지만 왕조사에 기대 음악사를 설명하는 관행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전통음악계는 이 시대의 대중과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는 한편, 다음 세대가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통음악을 이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전통음악에서 현대적 감성을 발견하고 옛 시대의 음악을 오늘날에 보존하는 것은 방법적 차이일 뿐 같은 길 위에 있다.

 

전통은 대를 이어 물려받은 중립적 유물이 아니라 그 사회의 구성원이 자신의 시점에서 의미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선택·보존해 재구성한 ‘선택적 전통’의 결과다. 전통음악이 우리시대의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내면서 누구나 편안하게 즐기도록 이해 기반을 마련하고, 그렇게 대중 곁에서 공감을 얻길 바란다.

▲ 김선국 저스트뮤직 대표, 음반 프로듀서

※이 칼럼은 10월7일~11일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의 ‘음반프로듀서 김선국의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