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공감] 연극으로 군산 지키는 최균·추미경 부부

18년간 극단·소극장 '사람세상' 운영 / 최근 '교육연극'으로 무대 범위 넓혀 / 지역 후배들 활동 터전 만들고 떠날 것

▲ 군산에서 극단 ‘사람세상’을 운영하는 최균·추미경 부부.

8월의 한복판. 선풍기 두 대로 더위를 달래가며 제57회 정기공연준비를 하고 있는 부부연극인 최균(52), 추미경(48) 씨. 이 부부는 20년 넘게 군산에서 연극과 연극 교육에 힘쓰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작지만 사람 냄새나는 작품들을 올리고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연극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4일~13일 군산시 나운1동에 있는 사람세상 소극장에서 제57회 정기공연 ‘지금, 이별할 때’의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들을 통해 군산 연극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열여덟 살 극단 사람세상=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에 지난 1997년 7월10일 극단 사람세상(대표 최균)이 창단됐다. 1998년 첫 창단공연 ‘늙은 도둑 이야기’을 시작으로 지난 4월 제56회 공연 ‘다녀왔습니다’(김민정 작) 등 연간 2-3편을 꾸준히 작업해왔다. 연출을 맡은 최균 씨는 “초창기에는 작품이 완성이 되면 작은 봉고차에 세트를 싣고 배우들과 함께 순회공연도 했어요. 물론 요즘에는 작고 누추하지만 저희 소극장에서 하고 있지요. 관객수가 배우 수보다 적은 때도 있었고, 심지어 관객이 한 명도 없어서 분장 하자마자 지우고 무대에 올라가지도 못한 날도 많았구요.”

▲ 사람세상 소극장의 분장실 연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꾸준히 올리는 것은 관객과 만나고 싶어서라고 한다. 배우의 모공까지 보이는 작은 소극장에서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군산시민과 나누고 싶다는 최 대표의 바람이다.

 

△열세 살 교육극 연구소 마중= 연극은 참 배고픈 예술이다. 극단 사람세상도 그러했다. 어려웠고, 배고팠다. 그래서 고민 끝에 당시 작은 수익이나마 창출했던 아동극 부문을 분리해 교육극단 놀이터를 창단했다.

 

2009년 교육극 연구소 마중(대표 추미경)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본격적으로 교육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한 연극 ‘피노키오’와 같은 작품에서 현재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 교육청 연계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 초중등 교사 대상 맞춤형연수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매우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추미경 씨는 “문화예술이 관람 형태에서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요즘 교육연극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믿음을 주는 연기자 아내, 배우를 성장시키는 연출가 남편= 최균·추미경 씨 부부는 1990년대 초반 익산에 있는 극단 토지에서 선후배로 활동하다 1993년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무대와 학교와 집, 일상을 함께 하는 이 부부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연극배우 추미경 씨는 그 누구보다 신뢰를 주는 배우죠. 아내로서는 전업 주부 만큼은 아니겠지만 바쁜 와중에 매우 잘 하고 있지요. 무엇보다 두 딸이 큰 문제없이 잘 자라주고 있어서 매우 감사해요.”

 

“연출가로서 최균 씨는 굉장히 섬세해요. 그의 작품에서는 한결같이 사람 냄새가 나요. 배우이자 연출가라서 그런지 연출가의 큰 그림보다 배우의 입장을 생각해줘요. 배우를 성장시켜주는 힘이 있어요. 그런데 연출가의 아내로 살기는 참 어려워요. 연출이 안풀릴 경우 본인도 어렵겠지만 집안까지 문제가 연결되서 차라리 배우만 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남편으로서는 매우 자상해요. 가정을 꾸리며 극단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적극적인 도움을 줘요. 도움이라기보다 서로의 역할 구분이 잘 되어 있어요.”

 

△문화예술 대도시 집중 해소 첨병= 이 부부는 한때 소극장 운영이 너무 힘들어 잠시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군산 내 유일한 민간 소극장으로 문화예술인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시 열였다. 또한 자신들의, 연극의 고향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극단 사람세상이 무대에 올린 공연 포스터.

군산대 연극부에서 연극을 시작한 최균 대표는 “왜 문화는 대도시에만 집중돼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지역에서 연극한 후배들이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주 만해도 할 사람이 많다”며 “내가 없으면 소극장 연극을 보기 어려운 지역을 찾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꿈은 소극장과 극단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부안지역에서 새로운 추억을 심는 일이다.

 

최 대표는 “후배 가운데 단체를 이끌어줄 친구가 있으면 넘겨주고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로 남고 싶다”며 “이후 고향인 부안에 가서 ‘한 여름밤의 호러연극제’와 같은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지역민·관광객과 추억을 만들며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게 소망이다”고 밝혔다.

▲ 마지송 전북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회 비빔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