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탄소 클러스터인 CFK 밸리, MAI 카본 밸리의 성공 사례는 전북도의 탄소산업 육성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CFK 밸리, MAI 카본 밸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 탄소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적합한 인재’, ‘기업간 협력’을 중요 요인으로 언급했다. 즉, 대·중·소기업이라는 기업의 규모, 자본력과 상관없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독일 탄소 클러스터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강소기업 존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에 혁신을 더하는 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더해 빚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독일 탄소기업 사례를 통해 본 전북 탄소산업 육성 전략= 독일 CFK 밸리에 입주한 ‘카본 TT’(Carbon TT)는 ‘3.5톤 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냉동 차량’을 개발해 스위스 제2의 유통업체 ‘쿱’(Coop)에 납품하고 있다. 5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탄소 부품 개발기업 카본 TT는 소규모 기업이지만,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니더작센주의 혁신 지원 프로그램으로 펀딩(450만 유로)을 받아 ‘CFRP 대형 부품 공정 개발’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고,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스위스 유통업체 ‘쿱’, CFK 밸리 내 상용차 기술개발 기업 ‘The Team Composite AG’, ‘N Bank’ 등과 파트너를 형성했다.
세계 각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화를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스위스 산악 지대의 배기량 감소를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카본 TT의 냉동 차량인 셈이다. 이는 혁신 아이디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분야별 핵심 기업 간 협업이 소규모 탄소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낸 주요 사례다.
카본 TT 거렛 칼코픈(Gerret Kalkoffen) 대표는 CFK 밸리 입주에 따른 장점으로 밸리 내 구축된 CFRP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을 들었다. 대학, 정부연구기관, 민간연구기관, CFRP 개발·생산과 연관된 대·중·소기업 등이 있어 의사소통과 노하우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꼽았다.
거렛 칼코픈 대표는 중소 탄소기업 성장의 열쇠는 ‘사람’과 ‘환경’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탄소기업은 혁신적이어야 해요. 특히 소규모 탄소기업은 혁신의 속도가 대기업보다 빨라야 하죠. 혁신은 오래된 지식을 새로운 지식으로 변화시키는 근로자들의 능력(노하우)에 기인하죠. 즉, 소규모 기업은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하고, 그들에게 일할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CFK 밸리는 우리에게 훌륭한 근로자를 연결해 줬고, 현재의 CarbonTT 만들었습니다.”
또 그는 탄소산업의 성패는 ‘비용 절감’이 결정하지만, 결국 비용 절감 문제도 기업의 노하우와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객은 ‘너무 가볍네요’ 혹은 ‘너무 강하네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소제품은 너무 비싸네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비용의 문제는 탄소섬유 재료의 특성, 근본적으로 다른 생산 방식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설계 디자인에 달려 있습니다. 가격과 실용성의 불일치는 실패를 초래합니다. 노하우와 경험을 결합한 기업만이 낮은 제품 비용을 이끌어 내 성공할 겁니다.”
△국내 대학원 탄소학과 신설 필요= 국내 탄소산업은 효성, 태광산업 등이 성공적으로 고성능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고, 전북도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기술개발·보급을 위해 글로벌 탄소산업 클러스터와 협업하는 등 일련의 성과를 내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중소 탄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를 위해 초기 정부의 지원은 필수 요소로 언급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독일, 탄소산업을 통한 자동차-물류산업 혁신’이라는 자료를 통해 탄소복합재와 자동차산업의 만남이 물류 및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CO₂ 감량, 에너지 효율 등의 과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탄소복합재의 경우 대량 생산 설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가격이 일반 경량화 소재로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4배이므로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보급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으로 외국의 사례처럼 탄소산업 관련 전문 인력과 현장 인력의 확보는 탄소기업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안계혁 본부장은 탄소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대학원 학과 신설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안 본부장은 “현재 국내 탄소산업이 외국처럼 발달한 산업군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 인력을 배출할 대학·대학원 탄소학과도 없는 상태”라며 “현장 인력도 중요하지만 고급 인력 배출도 고려해야 할 시기로 대학보다는 대학원 탄소학과를 개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학과 신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전북대나 전주대 섬유공학과, 신소재공학과 등 기존 학과에 탄소 커리큘럼을 추가 생성하는 방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탄소융합기술원에서는 전북대, 원광대, 전주대 등과 업무 협약을 맺고 ‘대학교 연구소 학생’(학연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행 첫 해인 2013년에는 8명, 2014년에는 10명, 2015년에는 15명의 학연생이 연구를 진행했다. 학연생은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협약을 맺은 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원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