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10%를 넘고 있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인 서비스·관광 레저, 해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공식회의 석상에서 직접 언급했듯이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넘은 지 오래다. 그러나 통계를 벗어난 실업률은 이보다 2~3세배는 족히 될 것이다. 이쯤에서 청년 실업률이 이토록 높아지도록 지금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단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권 3년 차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개혁은 한마디로 청년일자리 만들기”라며 그 해결방안으로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를 제시했다. 대국민담화 나흘 후인 지난 10일에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청년채용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로 대기업들이 연이어 대책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SK그룹은 당장 내년부터 2년간 4000명의 맞춤형 인재 육성 및 2만 명에게 창업교육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요즘 연일 신문지상에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롯데그룹 또한 2018년까지 2만 4000명의 신규채용을, 한화그룹은 2017년까지 약 1만 8000명을 채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공교롭게도 총수의 사면이나 경영권 다툼이라는 문제의 해결이 필요한 그룹들이 대통령 담화에 화답한 것이다. 자식보다 먼저 취업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취업자수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소식은 참 황당하다.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취업자수가 늘었다는 것은 50·60세대의 고용률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위안을 삼아야하는 것이 참 슬프고 아이러니하다.
옛 어른들은 그렇게도 배가 고픈 보릿고개를 넘기면서도 볍씨에는 결코 손을 대지 않았다. 당장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미래의 희망을 먹어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았기에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이렇게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다루어서는 안된다. 여야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심정으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청년은 우리민족이 추운 겨울을 힘겹게 이겨내고,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에 피땀으로 가꾸고, 가을에 수확해야 하는 ‘볍씨’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는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속담처럼 급하다고 아버지 일자리 뺏어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실업문제가 해결되겠는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 또한 근본적인 지점에서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가 코앞에 있다. 자신은 주린 배를 물로 채우는 형편에서도 자식만큼은 배불리 먹이고자 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