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은 2015년도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유라시아 역사 기행〉 등 도서 10종과, ‘9월 청소년 권장도서’로 〈청소년을 위한 토닥토닥 명언 노트〉 등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진흥원은 좋은 신간도서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제공해 출판산업과 독서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좋은책선정위원회를 통해 문학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유아아동 분야의 책을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과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발표하고 있다.
‘9월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한 이들의 발문을 요약 소개한다.
■ 성공한 시인이 말하는 삶
△마흔두 개의 초록(마종기/문학과지성사)
마종기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드문 예술적 명문가에서 태어나 약관 20세에 시인으로 등단해서 60년 가까이 의사로, 시인으로 매우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성공’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운명의 실험이나 심술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비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시인은 남의 선망을 받을 만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불평할 일,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나직이, 에둘러 읊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연륜은 이제 인생의 시련을 상처나 모욕으로 받아드리기 보다는 수용하며 성찰하게 해 주었다. 추천자 서지문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 '멋'에 대한 남성들의 집념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나카노 교코/이연식/북스코프)
나카노 교코는 제국을 지배하는 황제로부터 하층민에 속했던 어릿광대나 소매치기까지, 또 어른부터 아이까지의 차림새를 관찰하면서, 각선미에 집착한 루이 14세의 고뇌, 벼룩과 이가 들끓어도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멋’에 대한 남성들의 집념, 가발과 수염의 어쩔 수 없는 상관관계, 보기에도 민망한 코드피스(샅주머니) 등등의 이야기를 시종일관 쉽고 유머러스하게 펼쳐낸다. 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대가들의 ‘진지’한 그림에 나카노 교코는 ‘재미’라는 새 옷을 입혔다.
추천자 김영숙(미술 에세이스트)
■ 韓-유라시아 문명에 대한 고찰
△유라시아 역사기행(강인욱/민음사)
고고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중심축을 중앙아시아의 초원 문명에 두면서도, 그런 유라시아 문명과 한국 문명의 연관성에 대해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여 천착한다. 특히 한반도 문명의 고유성만을 강조하거나 한국인의 대륙 기원설만 신봉하는 단선적 역사인식을 뛰어넘어, 한국 문명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부단하게 접촉한 유라시아 문명과의 관계를 고고학 자료를 중심으로 쉬우면서도 수준 높게 설명해준다. 한국 고대사와 관련해 일본인 학자가 제기한 기마민족설(騎馬民族說)의 탄생 배경을 유라시아의 원대한 역사적(고고학적) 맥락에서 설명한 점도 흥미롭다.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 현대사회 신화의 힘
△신화를 찾는 인간 롤로 메이(신장근/문예출판사)
신화는 옛날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는 오늘날, 신화는 과거의 유물이나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만 유용한 허구에 불과한 것인가? 실존주의 치료의 대가 롤로 메이는 현대인의 우울증과 고독, 불안과 약물중독은 신화의 상실에서 비롯되었다고 선언한다. 신화를 경시하는 태도가 혼란과 정신적 질환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롤로 메이는 이 책에서 학문적 깊이와 넓이, 그리고 풍부한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에서 출발하여 미국신화와 서구의 각종 문학작품을 분석한다.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 세계 곳곳 이색적인 장소 소개
△장소의 재발견(엘러스테어 보네트/박중서/책읽는수요일)
이 책은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무관심한 장소의 확산에 경고를 보낸다. 그 대신 ‘토포폴리아(topophilia)’, 즉 장소에 대한 본질적 애착을 강조한다. 추억의 비밀 장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다. 보네트는 각박한 삶을 멀리하고 싶은 욕망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토포폴리아를 일깨우기 위해 세계 곳곳의 이색적인 장소 47개를 소개한다. 잃어버린 곳, 숨어 있는 곳, 주인 없는 땅, 죽은 도시, 예외의 장소 등 항목으로 나누어 레닌그라드, 메카, LA공항 주차장, 국경 초소, 공군기지 등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추천자 서병훈(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행복의 크기가 딜레마 해답
△행복, 경제학의 혁명(브루노 S. 프라이/유정식 외)
이 책은 개인의 실질적 행복감(주관적 안녕감)을 측정하는 것이, 그간 경제학이 갖고 있던 딜레마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효용을 중요시하지만, 정작 효용을 측정하지 못하고, 소득 등의 대체물로 추정해온 경제학의 고민이 심리학, 사회학 등이 연구해온 개념을 통해 일정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여러 논의와 접근을 연계시킨다.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 맛깔난 옛 식재료 소개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이은희/살림출판사)
여러 권의 좋은 과학책을 낸 바 있는 저자는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먹어 왔으며, 그 식재료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월별로 나눈 각 장마다 떡국, 삼계탕, 햇과일 등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전통 명절과 연관지어서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과 과학 지식을 잘 버무려서 과식하지 않고 물리지 않게 맛깔나게 내놓는다.
추천자 이한음(과학전문 저술·번역가)
■ 정확한 관찰이 통한다
△설득하고 싶은가? 스토리로 승부하라(신성진/새로운제안)
책은 스토리의 힘에 주목한다. 밋밋함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게 스토리라 강조한다. 스토리가 차이와 가치를 창조하고 유행과 명품을 만든다고 봐서다. 이럴 때 스토리는 ‘좋은 거짓말’이다. 생활주변은 스토리전쟁터다. 흔하디흔한 무언가에 특별하고 재미난 스토리가 입혀져 눈길·발길을 끌어 모은 사례는 숱하게 많다. 벽화마을, 지역축제, 영화배경 등 관광명소 상당수가 스토리의 채색결과 덕이다. 물론 모든 스토리가 다 통하진 않는다. 정확한 관찰이 녹여든 본인만의 메시지 작성과 전달에 치중하라 권한다.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 강소천 선생의 동화·시 25편
△조그만 사진첩(강소천/재미마주)
우리 아동 문학을 위해 평생을 바친 강소천 선생의 탄생 100년을 맞아 60여 년 만에 다시 복간한 동화집이다.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전쟁의 혼란과 가난 속에서 어린이들의 메마른 정서를 흠뻑 적셔 준 것이 이 동화책이었다. 13편의 동화와 동시 12편이 함께 실려 있다. 이들 동화와 동시에 담긴 보편적 정서는 가족애와 그리움이다.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이 주는 잔잔한 감동과 위안이다.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홈페이지를 통해 강소천 선생의 생애와 동요, 동시, 동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
■ 아이가 즐길만한 글·그림 모음
△모두 나야 (이성표/엔씨소프트)
이성표의 그림책 〈모두 나야〉는 높이와 넓이와 위치와 방향이 모두 아이에게 맞춤한 ‘창’이라 할 만하다. 아이 손으로 펼쳐 들기에 적절한 판형의 그림책을 열면, 아이가 혼자서도 싱긋 웃으며 즐길 만한 글과 그림이 이어진다.
세상 모든 존재와 쉽게 동일시되는 아이다운 어법으로 곧바로 ‘나’는 ‘무엇’이라고 말하는 텍스트는 장자(莊子)적 시(詩)이다. 여백 많은 그림과 함께 매 장면 시화 한 점을 구현하는 한편 순정한 이야기의 세계를 유려하게 이어간다.
추천자 이상희(그림책 작가, 시인)
자료제공=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