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천천히 생각하기

정확히 이해하려면 많은 에너지 필요

▲ 이태용 거리최면 공연가

영국의 최면가 제임스 트립은 신경생물학자 존 에클스의 ‘나는 여러분이 자연의 우주에는 어떤 색깔도, 어떤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색깔이나 소리와 비슷한 것, 즉 직물, 문양, 아름다움, 향기 등등의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은 실제 객관적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창으로 마음이 재구성한 사실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내면의 창에 개입해 피험자가 느끼는 현실을 재구성해 최면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제임스 트립의 방식대로 퍼포먼스를 할 때에는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최면상태를 유도하지 않고서도 흥미로운 수준의 최면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 간단한 손가락 붙이기부터 시작해서 손바닥이 테이블에 붙어 뗄 수 없게 되고 계속 반응성을 키워간다면 이름을 망각시키고 새로운 이름으로 잠시나마 착각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최면가의 유도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변화함으로써 인식하는 현실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오감이 우리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손바닥과 테이블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매우 강력한 접착제가 손바닥에 발라졌다고 생각하고 그 느낌을 느끼는 것으로 이러한 착각이 일어난다. 굳이 최면현상이 아니라 맹점을 확인하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도 우리는 우리의 뇌가 현실을 순식간에 재창조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잘 알고 있을 거라 당연하게 믿고 있는 현실 역시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서 인식하는 모습이 굉장히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좀 더 확장해보면 우리가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협소해짐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란 말을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말하셨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찾아본 사람들은 이 말이 단재 신채호 선생이 아니라 윈스턴 처칠이 이야기했다고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처칠 박물관의 답변에 의하면 처칠이 그러한 말을 했다고 하는 기록 역시 없다고 한다.

 

사실 무언가를 정확히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작업일 것이다.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언하는 말에 대해서 마음이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보면 사진과 간단한 문장으로 결합해 정보를 알려주는 카드 뷰 형식의 뉴스나 유용한 정보와 상식을 설명하는 정보성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로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믿지 못할 사건에 같이 분노하고 이를 공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우리에게 때로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줌을 생각할 때 감각을 느끼고 주위를 인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건과 사고, 지식, 정보에 대해서 과연 이것이 쉽게 진실이라 믿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때로는 약간 피곤할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천천히 생각하고 바라보는 게 보다 더 진실에 깝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