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김형중

세상에 고고의 신호를 울릴 때부터

 

내가 앉아야 할 운명의 의자는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머무르고 싶어도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밀려오는 바람에 설 곳을 잃어버린

 

서글픔은 삶의 의욕마저 앗아가더라.

 

비껴 지나간 행운의 허전함이

 

은근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면

 

소슬바람은 머릿속을 후벼댄다.

 

모습이 사라져 간 다음날부터

 

비워진 내 의자에 스며든 여운은

 

저니믄 가슴에 된바람으로 불어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