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대면 보다 가상공간 소통이 편해져
한때 ‘편지’를 가장 주된 소통 방식으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밤새 장문의 글을 써놓고 다음 날 아침에 편지 내용을 수정하거나 찢어버리고 다시 쓰는 등, 편지 한 장을 쓰더라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감정의 전달과 소통에 ‘시간’과 ‘장소’, ‘방법’의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큰 위력을 갖게 되면서 실제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실제로는 곁에 부재하는 사람들의 ‘현존’이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러한 현상들은 상당히 우려할만한 문제다. 즉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공적인 대화가 면과 면을 마주한 상황에서 나누게 되는 자연스러운 대화보다 더 나은 입지를 갖게 된 것이다. 스마트 폰의 작은 화면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러운 대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쪼개어 스마트폰 화면을 시청하는데 쓰고 있다. 또한 우리는 누군가와 나누던 대화를 갑작스레 중단하고 걸려온 전화에 반응하는 것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가상 대화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 간 대화’와 ‘작은 공동체’가 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때 나는 중요한 모임에서 참여자 모두가 회의에 집중하기를 바라며 스마트폰을 걷자고 제안했다. 회의가 끝나기 전 전화를 받거나 스마트폰에 반응하는 사람이 식사와 커피 값을 내기로 약속했다. 처음엔 모두 불안해했고 각자 전화기에서는 수많은 잡음과 진동, 알림이 엉켜서 들려왔지만 곧 우리는 평온한 상태로 두 시간 동안 회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모두가 바쁜 시대, 단 한 시간도 집중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제시한 나만의 특단 조치였다. 사람들은 상대방 얼굴 표정을 살피며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가상 공간’에서 주고 받는 간편한 글들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엄지 손가락의 위력은 대단하다. 문자나 메일을 쓰는 시간은 내 맘대로 정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 어느 때가 적절한지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언어도 깨어져버렸다. ‘감사’는 ‘ㄱㅅ’, ‘응’은 ‘ㅇㅇ’으로 대체됐다. 새로운 SNS 용어들이 등장하게 됐고 급기야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면 모든 대화가 정리되는 그런 시대가 돼버렸다.
하루동안 주고받은 메시지 살펴보길
물론 우리가 편지 한 통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순 없다. 사용하자. 이왕이면 좀 더 현명하게 스마트폰과 SNS를 다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스마트폰과 SNS에 반응하는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있어 스스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나는 하루를 마감하면서 내가 스마트폰을 통해 나누었던 대화들, 내가 보냈던 메시지들을 쭉 살펴본다. 짧은 시간에 전달했던 나의 언어들과 감정들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바둑을 끝내고 복기를 하듯이 그날 나의 대화들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본다. 순간적으로 조절할 수 없었던 감정들과 짧은 언어들이 전달됐던 것을 돌아볼 때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독자들도 하루 동안 주고 받았던 수많은 언어들, 작은 화면 속 대화들을 살펴볼 수 있길 바란다. 스마트폰처럼 똑똑한 스마트몹(Smart Mob, 똑똑한 군중)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