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전문대학으로의 U턴 현상은 실용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우리나라의 학력 수준은 세계에서 압도적인 1등일 뿐만 아니라 학력 상승률이 가히 경이롭다. 즉 30년 전 당시 젊은이들(현 5060세대)의 대학 이수율(14%)에 비해 요즈음 젊은 층(2030세대)의 대학 이수율(66%)은 5배 가까이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44%)과 유럽강국들 대부분이 40% 수준이며 특히 독일은 29%에 불과한 것을 보면 대학 이수율과 국가 경쟁력 간의 상관도가 낮아 보인다. 오히려 과잉 학력은 청년실업의 문제와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고학력화의 이면에는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이 깔려있다. 우리나라의 학제 상 중등교육에서는 실업계고, 고등교육에서는 전문대학이 사실상 실용(직업)교육을 전담하는 교육기관이다.
실업계고의 경우 20년 전에는 일반(인문)고교 대 전문계고 학생 비율이 4:3이었는데 2014년에는 일반고교 대 특성화고교 학생 비율이 4: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실업계의 위상이 크게 약화되었다. 2012년 기준 직업계 고교졸업생 비율을 보면 벨기에,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은 70% 이상,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등은 50% 수준인 반면에 한국은 21%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고등교육기관에서도 나타났는데 일반대와 전문대 학생 비율을 보면 20년 전에는 2.23:1에서 2014년에는 2.86:1로 전문대의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고등직업교육의 중추기관인 전문대학의 위상은 행정조직, 예산지원 규모, 각종 사업 선정에서도 일반대에 크게 밀리고 있다.
실용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학제나 기업의 신규채용제도 그리고 우리사회의 왜곡된 전통과 인식으로 인해 진정한 전문가(마이스터)가 배출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발달된 도제식 교육, 특히 독일에서 정착된 마이스터제도를 본받기 위해 수년전에 도입된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나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마이스터고의 성과가 특성화고 전반에 파급되고 우리사회가 마이스터 중시의 사회로 바뀌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더욱이 특성화 고교 출신은 물론 마이스터고 출신들 조차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서는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특성화고 출신자 10명중 4명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학벌이 사회적 신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우리사회에서 ‘무조건 취업’보다는 오히려 ‘일·학습병행’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용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실용교육 기관들(특성화고, 전문대) 상호 간의 연계성이 없어서 진정한 마이스터가 육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직업교육은 고교 과정부터 시작되어 기업이나 고등직업교육기관(전문대 또는 산업대)으로 일관되게 이루어져 심화된 전문교육이 가능하다.
다행히 근래 우리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고교-전문대 통합과정의 취업보장형 전문인력 양성 사업 ( ‘UNI-TECH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한걸음 더 나가 고교-대학 통합과정으로서 5~6년제의 완벽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인 ‘마이스터대학’을 새로운 학제로서 법제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때 마침 정부도 학벌이 아닌 능력과 전문성으로 대접 받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진정한 마이스터의 천국이 될 때 우리나라는 산업 강국으로서 3만 불을 넘어서 5만 불 소득의 진정한 선진국으로 올라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