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리다 - 정기환

올 가을엔

 

한 줄기 바람이 되리다

 

온갖 씨름 새침히 잊고

 

싸늘한 표정으로 불다불다

 

갈 길 막히면

 

티 없는 푸른 언덕 되어

 

거기서 살리라

 

북으로 북으로 부는 바람

 

단숨에 내쳐 다다른 고구려 옛터엔

 

우리 역사 짙푸르고

 

그 빛깔 바래지도 않은 영원한 깃발을

 

찍어질 듯 휘날리고파

 

회오리 바람 되어

 

거기서 살리라. 거기서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