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생을 비롯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창극에 몰입했다.
의분을 일으키는 장면, 왜병을 격파하는 장면, 대한 독립을 외치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누구랄 것 없이 힘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특유의 판소리 가락이 갖는 한 맺힌 소리는 일제하에서 고통 받는 우리 민족의 설움을 표현하기에 알맞았고 진안 마이산에 동학혁명 때와 같이 호남창의소(湖南倡義所)를 정하고 의병장에 추대되는 장면과 일본과의 전투 장면에서는 우리 국악의 한계를 뛰어넘는 웅장함과 힘찬 음악을 선보였다. 국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이 뮤지컬은 구한말 호남(임실)의 의병장 정재 이석용과 민초들의 조국의 독립을 위한 항일 운동을 다룬 내용인데, 이는 광복 70주년과 명성왕후 시해 사건 2주갑을 맞아 도립 국악원이 기획 제작한 야심찬 작품이다.
이석용 역에 송재영을 비롯한 창극단원이 40여명, 무용단 24명, 관현악단 40명이 펼치는 매머드 급 창작 창극이다.
그간 이 작품 제작에 참여한 국악원장(윤석중)과 모든 단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이런 훌륭한 작품을 기획 제작하게 한 전북도민들에게도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간 도립 국악원은 견훤, 매창, 논개 등의 인물과 동학농민 혁명 등 굵직한 사건들을 작품으로 제작해 지역민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이번 작품 또한 우리 지역의 역사를 무대화하고 민족의식을 다시 한 번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깊은 찬사를 드리고 싶다. 이번 공연이 아니었으면 그간 묻혀버린 임실 출생 이석용 의병장과 민족과 나라 위해 몸 바친 이름 없는 민초들의 삶은 일부 역사학자를 제외하고 우리 지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공연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장기간의 연습과 제작에 든 비용을 생각해 볼 때 3일간의 공연은 짧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희미해져 가는 민족의식을 다시 일깨워주고, 학생들에게는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공연 연장에 따른 비용이 다소 더 들더라도 문화를 살리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라면 도와 교육청이 연계하여 전주시는 물론 전북 지역 농촌학생들에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2시간 공연이 지루하지 않고 30분처럼 짧게 느껴졌다. 귀가 중, 재판을 받는 법정에서 의병장 이석용이 일본 재판장의 “선고를 내릴 터니 기립하라!”는 말에 “기립은 경의를 표하는 것인데, 나는 원수에게 경의를 표할 수 없다.”는 당당한 그의 의기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