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명 애국지사 이제 편히 쉬세요" 6·25 전주 형무소 학살 희생자 추모비 제막

유족들 "민족 상잔 아픈 역사 다시는 없어야"

▲ 지난 25일 전주 효자공원묘지 애국지사 묘역에서 전주형무소 학살사건 65주기를 맞아 희생자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너무나 그리운 우리 아버지, 이제는 편히 눈 감으소서.’

 

6·25 민간인학살조사연구회는 전주형무소 학살사건 65주기를 맞아 지난 25일 전주 효자공원묘지 애국지사 묘역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와 추모비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희생자 유족을 비롯해 김성주 국회의원(전주 덕진)·조봉업 전주시 부시장·김영준 전주보훈지청장·주대진 전북재향군인회장 등 60여명이 참석,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6·25전쟁 당시 전주를 점령한 인민군은 추석 당일인 1950년 9월 26일부터 이틀간 전주형무소 수감자 500여명(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추정)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들 희생자들은 남침한 인민군으로부터 공산주의에 반하는 ‘반동분자’로 분류돼, 형무소에 수감됐다.

 

이 중 300여명의 시신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175구의 시신은 유족을 찾지 못해 현재 전주 효자공원묘지에 합동으로 안치돼 있다. 시신이 너무 훼손돼 가족들이 식별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조봉업 부시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추석에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이런 애국지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희찬 희생자 유가족 대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을 통해 “민족상잔의 아픔이 벌어진 역사의 현장을 후손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남과 북이 소통하고 화합해야 남북통일이 앞당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 등은 애국지사 묘역에 세워진 추모비 제막식을 거행했다.

 

이인철 6·25 민간인학살조사연구회장은 “이제라도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철 회장은 향토사학자 및 유족들과 함께 학살 현장 발굴조사와 미연고자 유전자 분석·자료 수집 등을 통해 전주형무소 민간인 학살사건을 재구성, 역사적 진실을 규명할 계획이다.

 

한편 6·25전쟁 당시 전주형무소에서 숨진 수감자 중에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급 인사인 손주탁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오기열·류준상·최윤호 국회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