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출’을 거부했다며 지인을 살해해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뒤 피해자 명의를 도용해 수 천만원을 대출받고, 대학 동창을 상대로는 전국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하고 물고문을 가해 작업대출을 받아낸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작업대출’은 대출 브로커들이 신용도가 낮아 정상적으로는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의 신분증이나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금융권 대출을 받도록 한 뒤 대출받은 금액의 40~50% 이상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는 범죄수법을 말한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작업대출을 권했지만 이를 거부한 조모씨(25)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로 신모씨(25)와 강모씨(27) 등 4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신모씨 등 4명은 살해한 조씨의 주민등록증을 빼앗아 조씨 명의로 제3금융권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다른 피해자 전모씨(27)에게는 폭행과 물고문까지 하며 상해를 입힌 혐의(강도상해)로 앞서 구속된 4명 이외에 5명을 추가로 구속했으며, 박모군(17) 등 고교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연인사이인 신씨와 강씨는 올 1월부터 작업대출 브로커로 활동했지만 대출 의뢰인이 줄어들면서 작업대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다른 2명의 공범과 자신들이 직접 대상자를 골라 작업대출을 실행하기로 공모했다.
신씨의 지인 조씨를 범행대상으로 지목한 이들은 지난 8월24일 밤 조씨를 만나 술을 함께 마시면서 신용도를 물어보는 등 작업대출을 권유했지만 거부당하자 다음날 안산에서 조씨를 살해한 뒤 경남 함양군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범행 직후 이들은 조씨의 주민등록증을 빼앗아 제3금융권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또 다른 범행에는 미성년자 5명을 포함해 다른 7명이 가담했다.
지난 8월3일 오전 11시께 김제에서 강씨의 대학동창 전모씨(27)를 불러 작업대출을 강요하면서 사흘간 감금하고 열흘간 인천·안산·논산 일대를 끌고다니며 결국 600만원을 대출받아 뜯어낸 혐의도 밝혀졌다.
이들은 특히 전씨가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물고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대출’로 모인 이들은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 대출금 상환 등을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풀려난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추석 연휴기간 서울 신림동에서 며칠간 탐문수사와 잠복근무를 한 끝에 주범 신씨와 강씨를 붙잡았으며, 살해 암매장 당한 피해자 조씨가 실종 신고된 것을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