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온지 어느덧 4년동안 이사를 다닌 것도 벌써 5번째다. 매년 이사를 했던 것이다. 집값에 맞추어 떠나야하는 유목민 생활의 시작인 것이다.
처음 전주에 왔을 때는 같이 일하게 된 언니네 집에서 얹혀살게 됐다.
트렁크 하나 달랑 들고 왔을 때에는 타지에 시작되는 사회생활의 설레임과 모든 것이 좋아보이는 만족감으로 전주생활을 시작했다. 같이 살던 룸메이트들도 일때문에 떠나가고 처음으로 혼자 독립하게 된 것은 한 빌라의 옥탑방이었다.
4년 동안 다섯 번 이사 다녀
옥탑방의 낭만을 안고 운동장만한 20평짜리 옥상과 6평짜리 방을 얻게 됐다. 옥상을 이용해 빨래도 뽀송뽀송 말리고 친구들이 오면 바베큐도 해먹어야지라는 생각에 덜컥 방을 계약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 수도가 얼 정도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했다. 결국 1년을 살다가 집 근처에 있는 100/15 10평짜리 정도 되는 방을 얻게 됐다. 짐도 너무 많아져서 이번엔 짐이 트럭 하나가 됐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혼자살기에 창고도 딸린 자그마한 방과 혼자 누워있기에는 넉넉한 방이었다. 그런데 세탁기와 냉장고가 없어 애를 먹게 됐다. 냉장고가 없자 집에서 식사도 시원한 물 한모금도 먹을 수 없었다. 결국 중고로 세탁기와 냉장고를 구입했다. 중고 냉장고가 들어오면서 방안 전체에 커다란 모터 소리가 울려퍼지자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지만 냉장고가 바로 귀에서 소리치듯 엔진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적막한 방에 대화 상대가 냉장고가 된 것 같아 서글퍼졌다.
옥탑방에서 그래도 겪은 노하우가 생겨 지난 겨울에는 겪었던 가스비 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 항상 난방은 타이머를 맞추고 옷과 이불 그리고 전기장판과 함께 입김이 나오는 겨울을 보냈다. 오래된 집이라 외풍은 어쩔 수 없었지만 여름이면 나타나는 쌀벌레들과 가끔 버리는 날짜를 지나친 음식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바퀴벌레들과 사투해야 했다.
혼자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위해 샀던 식재료들의 반 이상은 버려야했고 맛있는 요리 하나 만들어 먹고 싶으면 기본 양념이라는게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다보니 매번 살때마다 사먹는 것 보다 더 큰 지출을 해야만 했다. 처음 독립을 시작할 때 꿈꾸던 생활들과 멀어지고 일을 끝내고 들어온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한다는 것이 점차 귀찮아져만 갔다. 그러다 보니 잠만 청하는 집이라는 생각으로 이제는 오래된 집이어도 이것이 최선의 선택지라며 월세에 맞춰 집을 고르게 된다. 이번에 옮기게 된 5번째 집도 이제 이사는 언제나 당연히 해야하는 것 쯤으로 여기지만 여전히 계약을 할 때마다 계약이 끝나고 나서 또 이사를 해야하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주위에 자취하는 친구들과 우리도 이렇게 월세를 낼 바에야 대출을 받아 집을 사자라고 다짐하지만 매일 지나갈 때 마다 보는 부동산 매매 가격들은 오르고 이제 은행대출 이자도 오른다고 하니 내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일하고 내가 살아가고 싶은 올바른 가치에 맞는 삶을 살아가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집을 갖는 다는 것이 인생의 최대 목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집. 집을 갖기 않고도 행복한 방법은 지금에 충실해야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떨쳐낼 수 없다. 과연 미래에 나는 내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