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생체실험하기 위해 만든 부대가 있다. 731부대다. 이 부대는 처음부터 731부대가 아니었다.
일본이 1932년에 만주국을 세우고 나서 관동군이 관할하는 하얼빈에 통칭 이시이(石井四郞)부대라고 불리는 방역급수본부를 만들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다가 1941년 태평양전쟁과 함께 막대한 투자를 통해 만주 제731부대가 생겨난 것이다. 일본군은 전쟁을 일으키고 나서 세균전을 감행할 목적으로 이 부대 안에 병리연구, 약리연구, 동상연구와 같은 연구 팀을 만들고 생체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는 식물이나 동물을 실험원료로 사용했지만 그들은 살아 있는 인간을 실험재료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통나무 즉 마루타(丸太)라고 불렀다. 생체를 생체로 보지 않고 통나무로 인식하면서 실험하자는 끔찍한 발상에서다.
그럼 그 통나무는 어디서 구했을까.
주로 항일운동을 하던 각국의 애국운동가들을 마루타로 삼았다.
러시아·중국·몽골인 포로들과 조선의 항일애국지사들이 주 대상이었다.
3000여명 이상이 인체실험대상자로 희생됐다. 최근 익산에서 우리에게 역사적 아픔이 묻어 있는 이 마루타를 연상케 하는 기분 찝찝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 충격적인 사건은 다름 아니라 익산시가 식수로 사용하기 부족한 금강호 물 10만여톤을 시민들에게 공급했다는 사실이다. 단수를 대비한 방안으로 식수 가능 여부를 판단해보기 위해 시험적으로 사용해 봤다는데 시민들이 졸지에 임상시험용(?) 대상이 된 것이다. 더구나, 식수로 그냥 공급하기엔 수질이 워낙 나빠 금강호 물을 맑은 물과 섞어 공급했다고 하니 정말 어이 상실이다. 어찌 시민들을 볼모로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그런 발칙한 발상을 할수 있었는지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 저질 수입산 쌀을 국산 쌀에 섞으면 그게 국산쌀이 되고, 농약으로 범벅된 채소를 무농약 채소와 섞으면 유기농 무농약 채소를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인가.
분기탱천할 사건이다. 오죽하면 전북녹색연합이 지난 8일 ‘6급수로 전락한 금강호의 물을 식수로 공급한 익산시청의 행위는 미친 짓이다’란 제목의 논평을 냈을까. 법에 정한 기준(3급)을 훨씬 초과한 오염된 물을 맑은 물과 섞어 식수로 공급한 행위는 먹는 것 같고 장난을 친 셈으로 분명한 불법행위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말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익산시의 주장을 굳게 믿고 그간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물을 먹은 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박경철 시장도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강물은 발암물질이 검출된 바 있어 시민들의 생활용수로 절대 공급되는 일은 없을것이다고 강조하지 안 했던가. 나아가, 지난 14년 전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故 조한용 전 익산시장이 가뭄대책으로 금강물의 식수화를 추진하였으나 금강물에서 발암물질 할로초산이 검출되어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당시 시민연합대표인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여 계획을 철회시킨바 있다고 무용담까지 털어놓지 않았는가.
익산 시민은 마루타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물로 아이의 분유를 타 먹이고, 밥을 지어 먹은 시민들은 묻는다. 당신들도 그 시험용 물을 먹었느냐고.
속은 시민들의 분노가 마른 장작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익산시의 진실 발표에 따른 재발 방지와 대시민 사과를 촉구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사과는 용기 있는 자가 하는 것이고, 진정한 사과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 임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