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한계마을

▲ 최원규 전북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 전라북도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어떤 국가나 사회의 인구고령화 현상, 즉,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 14% 및 20%를 넘는 경우를 각각 표현하기 위해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및 초고령사회라는 개념이 사용돼 왔다. 2015년 전북의 고령인구비율은 18.5%로 고령사회에 속하며, 임실(31.2%), 진안(30.2%), 순창(30.2%), 고창(28.9%) 등 군지역은 모두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이 개념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고령화가 얼마나 진척됐는가를 잘 보여주지만, 한계도 있다. 예컨대 노인인구가 20%나 30% 혹은 50%를 넘어선 사회들을 모두 초고령사회로 동일시하게 된다. 아울러 젊은 층이 두텁게 분포한 도시와, 노년층이 집중된 농촌의 서로 다른 노인인구 비율이 희석되어, 생활공간에서 느끼는 노인문제의 실상이 덜 심각한 것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노령인구가 주민 50% 넘는 곳

 

농촌 노인문제를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노인들의 생활권인 자연마을 단위에서 노인인구 비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한계마을’이라는 개념이 주목된다. 한계마을이란 만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주민의 50%를 넘어선 자연마을을 말한다. 한계마을에는 취학아동 등 미성년자녀를 둔 세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반면, 독거노인 혹은 노인들로만 이루어진 가구와 장애인 가구 등이 많다.

 

한계마을에서는 마을 전체의 노동능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멧돼지나 고라니 등 동물피해나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능력 부족으로 농업 생산이 지속되기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때로는 주민 생명까지도 위협받는 일도 있다. 마을길 관리 부실, 생필품 조달 곤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제공 여력의 미흡 등 문제도 나타난다. 또한 한계마을에서는 자녀세대와의 지리·심리면에서의 단절과 마을공동체가 유지해왔던 전통 상부상조체계 약화로 사회복지 서비스 욕구 발견과 서비스 전달에서 어려움도 두드러진다. 그러다보니 도시에서 주로 문제됐던 고독사 문제를 비롯한 노인문제들이 농어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상황을 안고 있는 한계마을은 장차 마을기능을 잃고 소멸될 것이 예상되는 곳이다.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계마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전라북도와 각 시·군 차원에서 한계마을을 비롯한 자연마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한계마을이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낯선 것처럼, 그 실태 역시 아직 파악되지 못한 상태다.

 

둘째,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산어촌 마을들에 활력을 불어넣어 한계마을이 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청정한 자연환경이 주는 매력을 바탕으로, 마을 주민이 사업주체가 되어, 오래된 빈집이나 폐교 등을 활용한 숙박시설, 까페, 레스토랑, 마을온천 등 공동체시설을 설치하고 경영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농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부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젊은 층이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일터가 만들어지고 마을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태조사 통해 마을복지 활성화를

 

셋째, 한계마을의 부실한 복지기능을 보충하기 위한 ‘마을복지’를 활성화해야 한다. 마을복지는 빈곤, 질병, 장애, 노화에 따른 수발욕구 등 사례를 발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당 사례를 적절한 서비스기관에 의뢰하고, 복합 욕구를 지닌 사례들에 대해 필요한 서비스들을 조직하며, 자원봉사와 기부 역량을 동원하는 서비스 체계를 가동한다. 이를 모두 공공전달체계가 감당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다. 주민과 행정 사이에 협력체계를 만듦으로써 주민참여를 촉진하고, 지역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풀뿌리 마을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행정기관, 경찰서, 소방서, 보건소, 그리고 각종 주민조직들과 함께 소외된 이웃을 발굴하고 지원기능을 조직화해 온, 사회복지협의회의 ‘좋은 이웃’ 프로그램은 한계마을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마을복지의 선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