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년을 맞았다. 인생으로 치면 약관(弱冠)입니다. 약관은 ‘비로소 갓을 쓴다’는 뜻으로 이제 어른의 반열에 들어섰다. 왕성한 성장과 주체적인 발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래서 약관의 또 다른 말은 희망이다.
지방자치는 지역발전과 시민의식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주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고,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단체장은 주민들의 소환을 받기도 한다. 불필요한 사업은 배제하고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효율적인 예산편성에도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다.
그래서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불린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전국 243개 지자체는 저마다 지역발전을 위해, 그리고 다른 지자체보다 한걸음이라도 더 앞서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 오고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새로운 발상으로 사업을 추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은 지자체도 있다.
반대로 사회발전의 흐름을 잘못 짚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비슷한 사업을 놓고 이웃 지자체와 경쟁하는 곳도 있었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발전과 경쟁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지방자치는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쟁의 시대를 넘어 협력의 시대로 전환이다.
즉,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시대이다. 컬래버래이션은 프랑스어로 공동작업, 협력, 합작, 이종 기업간의 협업을 뜻한다. 아디다스가 가수 보아의 이름을 딴 ‘아디다스 보아’를 출시한 것을 들 수 있다. 스포츠와 가수의 만남은 어색한 듯하지만, 보편적 예측을 넘어 큰 성과로 화답하고 있다. 또, 루벤스가 성모상을 그리고 배경은 얀 부뤼헐이 그린 것과 같이 서로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공헌하는 것이다. 루벤스와 얀 부뤼헐이 협업하지 않았다면 명작 성모상을 우리는 지금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원시는 컬래버레이션의 가치와 시너지 효과를 파악해 여러 사업에서 실천하고 있다. 지난 3월 거점 공공형 산모보건의료센터 선정이 첫 결실이다.
산모보건의료센터는 분만의료서비스가 취약한 남원시와 임실군·순창군이 주축이 되어 지리산권 시·군 산모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남원의료원에서 산모 진료와 분만, 산후조리, 소아 진료를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원·임실·순창·무주·진안·장수 지리산권 6개 시·군이 동부권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추진하는 동부권 시장군수 협의회도 컬래버레이션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동부권시장군수 협의회에서는 상생발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각종 축제와 행사에 참여해 지역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각 시·군별로 분야가 다른 역점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있다.
또, 노동력이 필요한 농가와 유휴노동력을 연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시작한 임순남 도농 농업인력지원센터도 기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연인원 1200여 명이 이곳을 통해 일손을 구하고, 일자리를 얻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10월에는 도농 인력을 연결하는 ‘오작교’와 같은 창구가 될 것이다.
백지장도 함께 들면 가볍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힘든 일도 함께하면 할 수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고난을 이겨낸 우리 민족에게는 협력과 협업의 DNA가 잠재해 있다. 남원시가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