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남측 최종 대상자 선정 임옥남씨 "먼저 찾아 준 동생, 얼마나 고마운지…"

 

“아버지가 중학교만 보내줬어도 안 갔는데… 당시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중학교 보내준다고 하니까 동생이 그 말에 혹해서 그대로 따라 갔어요.”

 

북한에서 보내온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남측 최종 대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임옥남(86)씨는 동생 림옥례(82)씨와 헤어진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임씨에 따르면 동생 옥례씨는 초등학생 때 공부를 잘 해 중학교에 가고 싶어 했지만 “여자가 공부를 많이 해서 뭐하냐”는 생각을 가진 아버지가 보내주질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동생 옥례씨는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말을 일기장에 써놓은 뒤 가족들 몰래 중학교를 보내주겠다는 북한군을 따라 북한으로 건너가 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헤어졌던 림옥례씨가 65년 만에 언니를 찾았다.

 

임옥남씨는 “이산가족 상봉자를 모집할 때마다 항상 오빠(임성환씨·88)한테 신청하자고 했는데, 그 때마다 오빠는 ‘옥례가 워낙 똑똑하니까 우리가 찾기 전에 먼저 우릴 찾을 것이다’고 했다”며 “오빠의 말이 현실이 되니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이 멍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동생이 떠난 후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웠다”며 “그런 세월이 벌써 60여 년이나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죽기 전에 동생을 만날 수 있을까 한숨 지으며 살아왔는데 동생이 나를 찾아줘서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옥남씨는 동생을 위해 점퍼, 내의, 화장품 등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 동생이 따뜻한 겨울을 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덕분에 임씨의 딸인 김미숙씨(60)는 분주해졌다. 생전 처음보게 되는 이모를 위해 몸이 불편한 어머니 대신 선물도 사야하고, 어머니의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미숙씨는 “어머니께서 한 달 전에 방에서 넘어지셔서 늑골이 골절됐다”며 “지금 완치도 안 돼서 진통제를 드시는데 동생을 꼭 만나야 한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씨는 즐겁다. 어머니의 평생 한이 이루어져서다.

 

김씨는 “이모를 만나기 전까지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불철주야 힘쓰겠다”면서 “만남을 성사시켜준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