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은 1년 아니 평생 이렇게 숨찰 일이 드물다. 대부분 학창 시절 체력장에서 100m달리기와 제자리멀리뛰기, 던지기, 윗몸일으키기, 오래달리기, 턱걸이(여자는 팔굽혀매달리기) 등을 해본 게 고작일 터. 그나마 입시에 체력 측정 점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면, 굳이 하루 종일 뜨거운 땡볕 아래서 악다구니를 쓰진 않았을 것이다. 남자라면 군대 유격 훈련 때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PT체조를 반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볼 일이다.
이처럼 스스로 자신의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몸을 혹사하기란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야 한다. 가끔도 두려울진대, 1년 365일 매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어 온 젊은이들이 강원도에 모였다. 22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제9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자웅을 겨루기 위해서다. 전북에서도 고등부와 대학부, 일반부 47개 종목에 선수 1158명과 임원 383명이 참가한다.
혹자는 선수들의 혹독한 훈련을 으레 그러려니 하며 무관심하거나 폄하한다. 결국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이기적 선택 아니냐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군색한 시각이다. 누군가에게 큰돈을 줄 테니 최소 수년간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견디라고 하면 받아들일 이가 몇이나 될까. 억만금을 줘도 다시는 군대에 안 가겠다는 게 대한민국 남자의 십중팔구다.
선수들은 개인을 넘어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고귀하다. 더구나 전국체전은 선수들에게도 남다른 대회다. 고향 대표로 나서기 때문이다. 애향심이 바탕이고, 이 애틋한 마음이 애국심의 뿌리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가면 관중석은 텅 비기 일쑤다. 고향을 위해 싸우는 대회에 정작 고향 사람들의 응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힘은 커녕 흥이 날 리 없다.
전국체전은 1년을 죽자 사자 칼을 갈아도 대표로 뽑힐까 말까이고, 대회 첫날 예선에서 탈락해 보따리를 싸는 선수가 부지기수인 큰 대회다. 천신만고끝에 금메달이라도 딴 선수나 단체는 그나마 고향 언론에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지만, 나머지는 그야말로 논외요, 무명 신세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것은 오로지 도민들의 몫이다. 선수들은 남의 새끼가 아니라 우리가 낳고 애지중지 키운 내 새끼다. 내 새끼가 제대로 못 먹고, 부모 사랑 못 받으며, 사계절 피땀 흘려 실력을 갈고 닦아 춥고 바람 부는 영동으로 간다. 먼 길 떠나는 아들딸과 손주에게 우리는 무슨 덕담을 건네야 할까.
“우리를 대신해 고향을 빛내줘서 고맙다. 성적이 나쁘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다치지만 말아다오. 올해 지면,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땀값은 반드시 돌아온단다.”
전국체전이 한창인 10월 중순은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이참에 이웃끼리 단풍놀이도 할 겸 우리 선수들 용기도 북돋우러 강원도에 가보는 건 어떨까. 고향은 그저 태어난 곳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아들딸이 평생 살다가 죽을 땅이다. 그래야 애착이 생겨 산도 가꾸고 꽃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