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질문들에 ‘그렇다’ 또는 ‘아니다’로 답해보자. ① 앞집 또는 옆집, 위아래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② 아파트 엘리베이터 속에서 만나는 낯선 이웃과 인사하는가 ③ 휴가를 떠날 때 우편물이나 신문 등의 처리를 부탁할 이웃이 있는가 ④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할 이웃이 있는가 ⑤ 새로 이사 왔다고 떡을 받은 적이 있는가 ⑥ 층간소음, 이해관계 등으로 이웃과 다퉈본 적은 없는가.
‘그렇다’에 응답한 문항이 절반이 채 되지 않은 사람은 이웃공동체 생활에 문제가 있다 하겠다. 가족공동체마저 위험에 빠진 요즈음 이웃공동체가 온전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심,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 등으로 이웃공동체 의식이 실종되어가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이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신화로만 남아있다.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의뢰해 필자가 지난 8월에 실시한 전북도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등 다가구 주택에 사는 사람들보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이웃과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 거주자들은 89.1%가 이웃과 친하게 지내거나 적어도 인사라도 하고 지내고 있다.
반면에 아파트 등 다가구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이웃과 잘 지내지 못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앞집 또는 옆집, 위층 집, 아래층 집 등에 따라 잘 지내는 비율에서 큰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먼저 앞집 또는 옆집과는 77.6%가 적어도 인사라도 하는 등 잘 지내는 반면, 아래층 집과는 59.5%가, 그리고 위층 집과는 56.1%만이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아래층 집 보다는 옆집 또는 앞집과 더 잘 지내는 것은 얼굴을 대하는 빈도의 차이 때문일 것이고, 아래층 집보다는 위층 집과 사이가 더 안 좋은 것은 층간소음문제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다가구주택에 사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으로 충돌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층간소음 문제로 불만이나 항의를 하거나 받은 적이 있다가 11.2%, 말싸움까지 간 경우가 4.5%로 전체의 15.7%가 층간소음문제로 이웃과 충돌한 적이 있었다. 이어서 엘리베이터에서 잘 모르는 이웃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37.8%만이 ‘대부분 서로가 인사를 나누는 편이다’고 하였고, 44.6%는 ‘인사를 하는 경우와 안하는 경우가 반반이다’고 하였으며, 17.6%는 ‘대부분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고 하였다. 결국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아도 잘 모르는 이웃에는 소 닭쳐다보듯이 대면 대면하는 셈이다. 또한 이웃 간에 충돌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물은 결과 11.3%가 평화적인 해결책 보다는 행정기관에 민원을 내거나 법을 통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였다.
인정 넘치고 살기 좋기로 소문난 우리 지역에 이웃 간의 연대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는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스킨십을 높이고, 이웃들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기관과 민간단체가 모두 나서서 협력과 봉사 활동 모임, 학연 지연 혈연 모임, 운동 학습 취미 활동 모임과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웃에 대한 존중과 포용의 정신’, ‘봉사와 협력 정신’, ‘이웃에 대한 친절과 신뢰 정신’ 이 넘쳐나는 전북 지역 공동체의식이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