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 7% 이상~14% 미만)에서 고령사회(14% 이상~20% 미만)로 진입하는데 보통 40~115년이 소요됐지만, 전북은 13년 만에 도달했다.
전북은 오는 2019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2030년에는 이 비율이 3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불과 10여년 전 노인인구 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을 때만 해도 초고령사회는 먼 미래인 줄만 알았지만 어느덧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문턱에 들어선 전북지역에서는 이미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일자리, 노인 빈곤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전북의 노인복지정책은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일자리사업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연구 자료와 보고서에서 전북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북일보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2030년 이후 전북의 미래 모습을 예측해 보고, 초고령사회를 코 앞에 둔 전북의 현실 진단과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쳐야 전북의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다시금 새겨봐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축소 불가피
올해 전북지역 기초노령연금에 들어가는 비용은 5700여 억원(전북도 재정의 15%) 가량으로 추산된다. 전북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년 뒤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수혜자는 현재보다 1.5배, 2025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 노인인구증가율을 고려해 매년 6~8% 예산이 증가되는 것을 반영한 수치다. 이를 2030년 이후에 적용해보면 현재보다 최대 3배 가까운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이 열악한 도내 자치단체가 기초노령연금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이제는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은 매해 늘어가고 있는 노인복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기초노령연금의 자치단체 부담금을 줄이거나 전액 국비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오는 2030년에는 기초노령연금이 반토막 날 것이란 예측도 심심찮게 나온다. 또 기초연금 수혜를 받는 65세 이상 노인도 현재의 3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극심한 세대 갈등속 ‘해외로 해외로’
2030년에도 기초노령연금이 현재처럼 유지된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극심한 세대 간 갈등이다. 급격한 노령 인구의 증가로 생산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은 세금과 연금을 현재보다 더 많이 내게 된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이 노인이 됐을 때 받는 연금은 기존 세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세대 간 연금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직장 근로자들이 가입하는 후생연금의 경우 현재 70세 이상(1945년 이전 출생) 노인이 재직 기간 평균 1000만엔(약 9873만원)을 납부했을 때 5200만엔(약 5억1338만원)을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985년생 이후(30세 이하)의 경우 평균 2900만엔(약 2억8631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해 6800만엔(약 6억7134만원)을 수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같은 조사를 했을 때는 1945년생이 낸 돈의 4.7배를 받고, 1985년생이 2.3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대 간 배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모든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기초연금)에서도 세대 간 격차는 대동소이하다. 이번 조사에서 1945년생은 국민연금 보험료로 낸 돈의 3.8배를 돌려받고, 1985년생은 낸 돈의 1.5배를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젊은 인력의 해외 유출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복지비 부담으로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젊은 인력이 떠난 빈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운다. 2030년이면 3D 업종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 상사, 학교 선생님,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군에 외국인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될 수도 있다.
△홀로노인 상당수 길거리 전전
전북지역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에 육박하고 있는 현재도 노인 빈곤에 대한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발전연구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전북 노인 생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 노인인구의 연평균 소득은 1607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551만원이 적었다. 홀로노인의 경우 전북은 634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206만원이 적었다.
특히 전북지역 홀로노인의 경우 월평균 49.97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전국 홀로노인의 평균 소비액은 63.39만원으로 조사돼, 전북지역 홀로노인들이 ‘평균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14만원 가량을 더 벌어야 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전북지역 노인의 42.4%는 사업소득이, 27.8%는 재산 소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전문가들은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자가 상당 부분 겹쳐 실제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 노인 비율은 4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저도 공공형 일자리 등 단순 노무직이 대부분이며 폐지 수집을 하는 노인이 2만명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030년에는 이 같은 수치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지 전문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홀로노인 인구 절반 가량이 폐지 수집을 하고 있는 모습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