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에 걱정하는 것들

도내 쌀 맛·향 등 스토리로 만들어 최고 명품화해야

▲ 소성모 NH농협은행 전북본부장

천고마비의 계절이 깊어 만추가 시작되고 있다.

 

‘천고마비’의 의미와 유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내용이다. 천고마비는 고대 중국에서는 가을이 가장 걱정되는 계절이라는데서 비롯된다. 즉 서흉을 비롯한 오랑캐들이 여름과 초가을에 말들에게 풀을 먹여 살을 찌운 다음 황하를 건너 중원에 쳐들어와 농경지를 약탈하기 시작한다고해서, 오랑캐의 침입에 대비하기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계절이라는 의미인데 반해, 우리 민족은 천고마비를 수확의 계절로 이해하고 있고, 한반도에서 건너간 일본도 같이 해석하고 있다. 오직 중원의 주인이었던 한족만이 천고마비를 흉노의 침입을 두려워하는 계절로 생각했던 것이다.

 

옛 중국의 천고마비의 계절이 근심의 계절이었다면 최근 우리에게는 주식인 쌀의 생산 후, 가격과 유통의 관점에서 근심이 시작되는 계절이 되어 버렸다.

 

국제교역이 늘어나면서 많은 외국 식품들이 수입되고 국민들의 식생활이 수입농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1인당 쌀의 소비는 최근 30년간 1/2수준까지 떨어져 버리고, 이에 따라 과잉 아닌 잉여생산이 되어버린 쌀들이 ‘가을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쌀은 사람이 질 수 있을 만큼 먹는다고 한다. 쌀 1석은 133㎏ 내외인데 이는 옛날 부잣집 상머슴이 지고 나를 수 있는 쌀의 무게로 이 상머슴이 일년에 133㎏ 내외의 쌀을 먹는다는 이야기이다.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1인당 1년의 쌀 소비량은 120~110㎏ 내외였는데 최근에는 1/2 수준인 60㎏ 초반 대까지 떨어져 버렸다. 쌀농사 짓는 농민에게는 무서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타도보다 우리 고향 전북에 쌀 소비량의 감소가 제일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매년 70만M/T 전후의 쌀을 생산해서 자가소비를 빼고, 공공비축을 포함해서 적어도 50만M/T 이상을 역외로 판매해야하는 부담이 우리 도의 농업인들에게는 일년지대사가 되어 버렸다.

 

주곡의 자립이 농정의 최대 현안이었던 7~80년대는 ‘이중곡가제’를 기초로 한 중앙정부의 추곡수매로 쌀의 유통과 가격에 대한 농업인의 부담은 거의 없었다. 90년대 중반 이웃 일본은 70년간 지속된 ‘식량관리제도’를 폐지하였고, 우리나라도 국제화·자유화의 압력으로 ‘이중곡가제’와 정부주도의 추곡수매제도가 2000년 이후 시장가격제에 기반을 둔 자율생산 시장유통제도로 바뀌면서 중앙정부의 역할과 부담이 농업인과 생산자단체인 농협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로 전가되면서 생산 후의 문제가 그 지역의 농정의 주된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생산 후의 유통과 가격 문제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쌀 제품의 개발, 아침밥 먹기를 비롯한 식사랑농사랑 운동을 통한 쌀소비촉진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제일 필요한 것은 우리 지역 쌀의 ‘명품쌀 만들기’에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 최고의 명품쌀인 ‘고시히카리’의 주생산지는 일본 후쿠류쿠(北陸) 지방인 니이카타현인데, 60년전만 해도 ‘니이카타 쌀은 새도 먹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맛과 지명도가 떨어졌었다. 그런데 ‘고시히카리’개발 이후에 최고의 명품쌀 생산지로 바뀌었다.

 

우리 전북도 최근 이에 못지않은 ‘신동진’이라는 쌀을 개발하여 전국시장을 누비고 있다. 우리쌀 ‘신동진’이 더욱 각광받기 위해서는 쌀의 맛과 향, 품질을 스토리로 만들고 다양한 상품화를 시도해서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