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죽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을 이를 때 우리는 흔히 ‘철면피’란 말을 쓴다. 옛날 중국에 ‘왕광원’이란 출세주의자가 있었다.
그는 권력층에 빌붙고 상관에게 아부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지닌 사람이었다. 윗사람 요구라면 발바닥이라도 핥아주고 출세의 줄을 잡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언행을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다녔다.
상관이 심심풀이 삼아 채찍질을 해도 즐겁게 매를 맞으며 아첨하는 위인이라 사람들이 “광원의 낯가죽이 두껍기는 철갑 열 겹을 씌운 것 같다”고 비웃은 데서 철면피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철면피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부끄러움도 모르고 날뛰는 인간들이라 곧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고 왕따를 당한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기 자신이 얽혀 곤란을 겪는다는 뜻의 자업자득이고 자승자박이다.
박경철 시장이 공직선거법에 발목이 잡혀 결국 야인으로 돌아갔다.
취임 직후부터 소통부족과 불통행정 등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한편으론 측은지심이 든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가 꼭 한번 되돌아볼게 있다.
익산은 시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재선거로 인한 업무공백은 물론이고 혈세낭비 등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모든 부정적 상황 발생 원인이 일단 박 시장에게 있다고 볼수 있으나 혼자만의 책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단언하건대, 익산시 공무원들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비록 박 시장이 선거법 덫에 걸려 낙마했다고는 하지만 공무원들이 박 시장을 잘 보좌했다면 지금의 불행한 사태를 어쩜 막을 수도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시민 여론 재판도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특히나 박 시장 취임과 때를 맞춰 승진하고 주요 보직 자리를 꿰차고 앉아 그동안 호가호위를 누렸던 과장·국장 등 일부 간부급 공무원들은 그 책임이 더욱 크다. 그들은 조직의 발전과 화합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끽소리도 하지 않은 맹목적인 충견(?)과 예스맨을 서로 경쟁적으로 자처했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행정 지시에 아부의 극치인 ‘황공무지로소이다’만을 되풀이한 앵무새 였다.
예기치 않은 암초에 난감해진 이들 불나방들은 이제 또 다른 충성자를 찾아 발빠른 팔색조 변신 꾀하기에 나섰다고 한다. 정말 시민과 지역사회 그리고 익산시 공조직에 해를 끼치고, 아직도 손가락질을 받는 철면피 ‘왕광원’처럼 진짜 낯가죽 두껍고 뻔뻔한 속물근성 짓거리다.
조속한 시정 정상화 및 안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어려울수록 원칙에 입각하라’라는 말을 한번 음미해 봤으면 한다. 어떤 상황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반칙과 요행이 아니라 진심(眞心)과 정도(正道)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반칙와 요행이 판을 쳐 이미 붕괴된 익산시 공조직 부터 바로 잡고 분위기 쇄신에 나서야 시정이 조속히 정상화되고 예전의 안정을 되찾아 가는 첩경이다는 얘기다.
얄팍한 잔재주와 처세로 일관했던 자, 조직과 동료를 팔아먹는 것도 모자라 짓밟기에 마구 칼을 마구 휘두른 자 등 철면피 공무원들은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갖은 아첨과 감언이설로 공조직 붕괴에 앞장섰던 그들에게 정작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고 충성해야 할 대상은 ‘시장’이 아니라 ‘시민’이다는 사실을 이참에 꼭 일깨워 주고, 조직과 동료를 팔아 출세에 목을 매는 간신의 술책을 다시는 못하도록 쓰디쓴 조직의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그 어떤 인물이 새로운 시장으로 입성하더라도 철면피들이 득세하는 지금의 풍토가 사라질 것이고, 나아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지금의 익산시 공조직도 살려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