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왜 이리 시끄러운가

▲ 정성록 남원 서진여고 교사
‘교과서적인 인간은 어떤 사람을 말합니까?’ 정답을 생각해 보자. ①아는 것이 많은 사람 ②행동이 바른 사람 ③원칙에 충실한 사람 ④융통성이 적은 사람 ⑤여유와 멋이 없는 사람.

 

요즘 한국사 문제를 보면 꼭 이런 문제 하나의 정답만 찾으려는 느낌이 든다. 결혼 초기에 우리 집 김치 맛과 처가의 김치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본가 김치는 젓갈이 조금 들어가지만, 처가 김치는 바닷가 가까운 곳에 생활하기에 젓갈의 양이 좀 더 들어가 김치의 원형질은 같지만 맛은 약간 차이가 났다. 같은 김치지만 양념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교과서를 채우는 것은 교육 수요자의 맘을 채우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예측성·지속성 및 일관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작금의 논란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참고로 위 문제는 모두 정답이다.

 

역사 교과서 중 보수적이라는 교학사 교과서와 다른 경향의 비상교육 출판사 교과서를 전북과 관련이 깊은 동학농민운동과 우리 민족의 최대 상처를 줬던 6·25전쟁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동학농민운동에 대해서는 양쪽 교과서 모두 비슷한 분량으로(6쪽 사진 및 도표 9개) 기술하고 있으나 학습목표에서는 교학사에서는 운동과정 및 반봉건적·반침락적 성격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비상교육은 배경 및 전개 과정 중심이다. 의의 및 결론도 비슷하나 교학사는 일부 지방 사족(士族)들은 반란으로 인식하였으며 화력의 열세로 패배하였다는 것을 밝히고, 비상교육은 반봉건적·반침략적 성격으로만 규정하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었다. 6·25 전쟁은 분량 면에서 좀 차이가 났다. 교학사 교과서는 10쪽으로 비교적 서술중심으로 6·25 전쟁의 국제전적 성격과 유엔군의 전공 및 피해 중심으로 설명하고 끝 부분에 반공포로 석방이유와 한·미 방위 조약의 역할을 탐구활동으로 제시하여 이승만 대통령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비상교육은 비교적 짧은 4쪽으로 구성하여 주로 전쟁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남북한에 미친 영향을 시각적 자료 중심으로 정리를 한 점이다. 탐구활동에서는 민간인 피해가 많은 이유와 전쟁이 전후 남북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단편적인 것을 비교하는 것도 역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역사는 과거 다양한 역사를 통해 현대를 사는 동시대인이 미래를 예측하면서 현실을 바르게 판단하기 위한 지침이 된다. 관건은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이를 지도하는 교사의 바른 역사관 및 가치관 그리고 교과서를 가르치는 맥락이다. 한국사 수업시간에 정립되지 않은 용어나 단어 하나에 초점을 두고 지도하는 교사는 없다. 정말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면 검인정 교과서와 같이 만들어 학교에서 가장 좋은 교과서를 선택하게 하자. 그러면 서로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윈-윈 정책이 될 것이다.

 

교과서가 잘못이 있거나 왜곡이 됐으면 수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허나, 국정이나 검인정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엔 학생들은 불신을 한다. 2005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모 정당대표는 “역사에 관한 일은 역사학자가 판단해야 한다. 역사에 관한 것을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 는 말을 지금도 믿고 싶다. 진정한 교육 수요자를 위하는 길을 다시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