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 '버스 베이' 있으나마나

정류장 149곳에 설치, 불법 주정차 차량 차지 / 주행차로 승하차 빈번…승객 사고위험에 노출

▲ 버스 승하차 시 원활한 차량흐름과 승객보호를 위해 도입된 버스 베이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버스 정류장을 점령한 택시로 인해 시민들이 도로로 하차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원활한 교통흐름과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도입된 ‘버스 베이(bus bay)’가 전주시내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어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내 전체 버스 정류장 1090여 곳 중 149곳에 버스 베이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들 버스 베이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들어서 있거나,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없어도 일부 버스 기사들이 버스 베이가 아닌 주행차로에 정차하고 승객을 승하차시키는 등 버스 베이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버스 베이가 있는데도 주행차로에 버스가 멈추는 경우 뒤따르던 차량이 급정거를 하거나 승객들이 승·하차 시 차로로 걸어나오는 경우도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 강모씨(75·여)는 “버스가 차도에서 승하차시키는 일이 잦다”며 “걸음걸이가 느린 나 같은 노인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주시는 버스 베이내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버스 베이 운영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주시와는 달리 버스 베이 운영 개선을 위한 타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하다.

 

울산시는 버스 베이 문제점을 인식해 불필요한 버스베이를 줄이고 인도를 넓혀나가고 있다. 2008년 말 기준 180개였던 버스 베이는 이듬해인 2009년부터 점차 철거돼 현재까지 총 78곳의 버스베이가 사라졌다.

 

대전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버스 베이를 유지하는 대신, 버스에 고화질의 블랙박스를 달아 주요 노선의 버스 베이에 불법으로 주정차하는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또한 버스가 베이에 제대로 정차하지 않으면 기사에게 버스 베이 정차 위반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하는 등의 강경책을 쓰고 있다.

 

반면 전주시는 버스 베이의 실효성에 대한 조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아 비교가 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단속과 관리에 더욱 힘쓰고 있지만 버스 베이의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는 선진의식도 필요하다”며 “내년에 전주시 노선개편에 맞춰 환승센터 도입과 승강장 부스를 설치하는 등 승강장 시스템을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