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과 미화는 필연

▲ 이상훈 진안 마령고 교사
박정희 사망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묵념 하자고 했다. 중 2때 벌어진 10·26 사태의 기억이다. 박정희에 대해 이렇게 배웠다. “오랜 독재에 시달리던 민중 가운데에는 자유를 그릇되게 이해해 시위를 일삼는 등 사회를 더욱 혼란시키고 국정을 방해하는 자들까지 있었다… 일부 정치인이나 학생 중에는 이러한 북한 공산주의들의 흉계를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이용당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그리하여 국가와 민족을 수호하기 위해 뜻있는 군인들이 혁명을 일으켰다.” (제 4차 교육과정 (1981~1987년) 중학교 국사 하) 어릴 때 배운 기억은 화석처럼 굳어져 진리로 인식된다. 교과서는 그런 역할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역사교육이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대한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일명 뉴라이트 교과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는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데 소수 엘리트의 지도적 역할을 중시했다.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한국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돼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의 집권기에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달성했으며 사회는 혁명에 가까운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그는 측근의 부정부패에 대해 엄격했으며, 스스로 근면하고 검소했다.”(186쪽) 그는 박정희이다. 이런 교과서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평생을 독립운동과 통일된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헌신한 김구의 서술을 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항일 테러활동을 시작했다” “1948년 남한만의 단독 총선거를 실시한다는 국제연합의 결의를 반대하고, 북한에 들어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교섭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이후에도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치 않았다.”(129쪽)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대한민국과 무관한 인물로 서술하고 있다.

 

현재 정치판에서 이뤄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력의 광분(狂奔) 상태에 있다. 현재 역사 교과서를 ‘독극물’ ‘친북’ ‘좌파’ 등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분명 교육부에서 승인한 교과서를 이렇게 말한다면 이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일 뿐이다. 역사 과목은 제 7차 교육과정(1997-2007)을 끝으로 국정체제가 끝나고 검정교과서로 전환됐다. 고등학교의 경우 ‘2010년 6종에서 2013년 8종의 교과서가 검정에 통과해 학생이 배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승인해 통과된 교과서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집착이다. 아버지인 박정희 시대의 역사 왜곡과 미화를 정당화하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조선시대 왕조실록을 국왕이 열람할 수 없게 한 이유는 사관이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성군인 세종대왕도 아버지 기록이 무척 궁금해 태종실록을 보고자 했으나 열람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역사책이 조선왕조실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실록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을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 역사가 제대로 기록될 수 있을까? 오직 역사의 왜곡과 미화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