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옥 사랑하기

▲ 김재기 삼성특수목재 대표
나무는 태곳적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사냥 도구나 땔감으로 사용되었고, 비바람을 막는 가림막으로 유용했다. 고인돌 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는 거대한 바위를 운반할 때 이용됐고, 갈대, 흙, 돌 등과 함께 건축· 가구 현장의 주요 재료였다. 나무와 인간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공해 물질이 득실대는 현대사회에서 나무는 친환경, 건강의 상징이 됐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가져가고 대신 인간에게 유익한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다. 나무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유익한 존재다. 편백 등 피톤치드를 많이 배출하는 나무는 콘크리트 건축과 화학물질이 많이 함유된 건축·가구 환경에서 아토피 등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현대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장롱과 탁자는 물론 의자, 책장 등 나무로 만든 가구는 그 가치가 높게 인정되고, 금강송 등 소나무로 건축한 전통 한옥은 최고의 건축물로 사랑받고 있다.

 

지구 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있다. 가장 큰 나무는 아프리카 바오밤나무라고 알려진다. 148m, 둘레 58m 정도인데, 보통 바오밤나무 한그루 가지고 큰 집을 한 채 지을 수 있을 정도다. 이웃 일본에서는 스기, 히노끼 등이 주로 건축 및 가구용으로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오동나무, 참죽나무 등이 건축·가구에서 주요 재료로 쓰이고 있다.

 

세계에서 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나뭇집을 짓고 살면서 가구와 칠 문화도 발전시켰다. 일본인들은 최고의 품질을 지향하며, 목재를 가장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나무의 수령과 벌채시기, 건조 정도, 규격 등을 엄정하게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필자는 45년 전부터 목재와 함께하고 있다. 나무가 좋아 지금까지 나무에 묻혀 살고 있는 것이다. 처음 목재업에 발을 들여 놓을 때 참 힘들었다. 일본 용어가 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수를 잴 때 한 치를 잇승, 한 치 반을 승고라고 했다. 제재기를 다루는 기술자를 하라후시라고 불렀고, 그 보조자를 십바리라 부르는 것이었다. 일본용어인데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국가적으로 미터법을 법제화 한 요즘에도 건축과 가구 등 현장에서 일본식 용어가 난무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광복 70주년을 지냈지만 우리가 넘어야 할 일본의 벽은 아직도 높은 것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건축과 가구 현장의 일본용어 잔재는 일소돼야 한다. 나아가 식수와 육림, 목재 관리를 좀 더 체계화 해야 한다. 나무는 국가 자산이다.

 

최근 참살이 열풍 속에서 목조주택이나 한옥 짓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옥사랑은 1000만 관광객을 바라보는 전주 한옥마을 인기에서 엿볼 수 있다.

 

요즘 전주 한옥마을이 글로벌 관광명소로 급부상한 것은 우리 소나무로 건축한 한옥의 멋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경북 봉화 일원에서 생산되는 춘양목 금강송은 최고의 재목으로 그 가치가 인정돼 왔다. 아쉬운 것은 금강송보다 수입목으로 한옥을 짓고, 보수하는 풍조다. 목재인으로서 당국과 업계에 당부한다. 적어도 전통한옥 보수 만큼은 우리 소나무를 써달라고. 정직한 한옥 보수야말로 제대로 된 전승이고, 관광객은 물론 조상과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