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시대] 관절염

환자 10명 중 1명 40대 이하 / 비만·운동 부족 가장 큰 원인 / 제때 치료 받고 관리 잘해야

30대 직장인 김모씨(31·전주시 효자동)는 앉았다 일어서기만 하면 무릎에서 ‘두두둑’ 하는 소리가 나 신경이 쓰였다. 통증도 심해 10분 이상 걸으면 무릎이 아파 곧바로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김씨는 상태가 악화돼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가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관절염은 노인들이나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씨는 크게 놀랐다.

 

관절염은 더 이상 노인들에게서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류마티스내과 김유재 과장의 도움말로 관절염에 대해 알아본다.

 

△20~30대 환자 크게 늘어= 최근 들어 노인병으로 여겼던 ‘무릎 관절염’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20~40대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수는 243만 명으로 조사되었고, 이 가운데 40대 이하 환자가 무려 2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1명은 40대 이하의 젊은 환자인 셈이다.

 

과거에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대다수가 60~70대였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이 무릎 등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퇴행성 관절염이 노화뿐만 아니라 비만, 운동부족,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원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체중이 늘어나면 관절이 부담하는 하중(荷重)도 함께 늘어나는데, 이때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기 쉽다. 운동이 부족하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로 무릎 근육이 약해져도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커진다. 또한 생활습관이나 특정 자세도 무릎관절에 영향을 미치는데, 무릎을 굽히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는 관절이 구부러지는 각도를 크게 해 관절에 부담을 주고 연골을 쉽게 마모시킨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지만, 이미 퇴행성 관절염이 생겼다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서서히 진행돼 자신이 관절염인줄 모르는 사람이 많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이 악화되고, 생활습관 개선이나 주사치료 등으로 호전되기 힘들 정도로 병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무릎 구부릴 때 통증 심한 ‘반월상 연골판 파열’= 최근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관절염 증상 중 하나가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다.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 내외 측에 1개씩 있으며, 무릎이 받는 충격을 흡수한다. 등산·스키·축구를 하다가 흔히 파열된다.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양반 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구부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이 심하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찢어진 부위를 꿰매거나 손상된 부위를 제거한다. 그런데 반월상 연골판을 20~30% 정도만 제거해도 무릎 연골이 받는 하중이 3.5배 높아져 연골이 빨리 닳는데, 80% 이상 제거하면 젊은 사람도 퇴행성 관절염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반월상 연골판을 제거하면서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반월상 연골판이식술’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리 힘 빠지고, 걸음 비틀거리면 ‘십자인대 파열’= 십자인대는 무릎 앞뒤를 X자 모양으로 지나가면서 무릎 관절을 지탱한다. 스노보드나 스키 등을 타다가 무릎이 비틀리면 쉽게 파열된다. 증상은 처음에는 통증이 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 대부분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이 불안정해질 때까지 모르고 지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치료는 통상 보조기를 착용하고 재활치료를 병행하거나, 인대 재건술을 한다. 인대 전체의 30~40% 이하만 파열된 경우는 6~12주간 보조기를 착용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단련한다.

 

△관절염 치료와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적절한 운동= 수술하지 않고 운동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 격한 운동으로 무릎이 손상됐다고 운동을 그만두면 안 된다.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찾는 것이 관절염 치료와 관리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면 관절을 보호하는 근육과 인대가 강화되어 움직일 때마다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반면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약한 관절에 충격이나 체중 부담이 커지면서 관절이 빨리 손상될 수밖에 없다. 운동을 하면 관절이 유연해져 관절의 운동 범위도 커진다. 운동을 꾸준히 할수록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의 운동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관절 통증은 줄어든다.

 

● 건강관리協 전북지부 김유재 과장이 말하는 관절염 예방법 "유연성·근력 키울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 효과적"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류마티스내과 김유재 과장은 “기계에 윤활유가 없으면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쉽게 고장 나는 것처럼, 관절 속 연골도 윤활유 역할을 하는 활액이 없으면 움직일 때마다 쉽게 마모되어 닳는다”면서 “운동은 관절 내 활액이 잘 흐르게 해 연골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김유재 과장은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체중이 많이 실리고 무리를 주는 운동보다 스트레칭, 맨손체조, 자전거타기, 수영 등 관절에 무리가 덜 가면서 유연성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 효과적이다”면서 “관절염 환자는 장시간 달리기나 줄넘기, 축구, 농구, 배구, 고강도의 에어로빅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염증이 생긴 관절은 정상 관절보다 더 쉽게 손상을 받기 때문에 똑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위험하다”면서 “경사가 가파른 코스를 등산하거나 테니스, 배드민턴, 달리기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