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깍지 끼고
옴짝달싹 않을 것 같았지
물에 담가봐
제 입술 앙등물고 있던
혼절한 언어들도 물무늬가 되어
스스로 꽃이 되고
잎잎 펼쳐 배시시 웃는
내밀한 진행의
눈부신 사랑이야
△아무리 입술을 앙다물어도 물과 만나면 혼절했던 이력이 활짝 열린다. 솔방울도 물을 만나면 제가 건너온 꽃의 길과 잎의 기억을 술술 풀어낸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물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어 눈부시게 피어났다. 사람도 물과 친해지면 살아온 길을 반추하도록 장치되어 있다. 가을 바다에 가고 싶다.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