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지원 중단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녀를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공립유치원 취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만 3~5세 영·유아의 교육·보육비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전국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이에 반발한 일부 시·도 교육청이 예산편성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북도교육청도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보육비 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25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국·공·사립 유치원 518곳이 이달부터 개별 원아모집을 시작해 일부 유치원들은 원서 접수를 마쳤다.
도내 어린이집은 1600여 곳으로 유치원보다 많지만 학부모들은 누리예산 불안감으로 인해 유치원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만 3세 반에 32명을 모집하는 전주 A유치원(공립 단설)은 237명이 지원해 7.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이 유치원 4세 반의 경우 4명 모집에 104명의 유아가 지원해 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취원전쟁이 예상된다.
병설유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주 B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의 경우 50명 모집에 447명이 지원해 8.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립유치원의 경쟁이 이처럼 치열하다보니 사립유치원 입학문의도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전주 유명 C사립유치원은 32명 모집에 60여명이 지원해 2:1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의 경우 전주 공립유치원 평균 경쟁률은 4.36 대 1을 기록했고, 사립은 1.0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같은 ‘어린이집 기피, 유치원 쏠림’ 현상은 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따라 불안감이 커진 학부모들이 매년 반복되는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 지쳐 유치원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공립 유치원은 교육비가 전액 지원되고, 사립의 경우 전주 기준 월 15~20여 만원 정도의 원비를 받아 학부모들의 공립 유치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모씨(34·전주시 효자동)는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면 내년에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아이를 옮길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며 “정부를 믿고 출산계획을 세워 셋째 아이까지 낳아 키우고 있는데 국가에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