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이 “죄를 뒤집어 썼다”는 억울함을 주장하기 위해 16년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당시 이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또 다른 용의자들이 나타나면서 진범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나면서 이들은 각각 3~6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현재 이 사건의 공소시효(10년)는 만료됐고 사건 기록도 모두 폐기된 상태다.
진범이 밝혀지더라도 다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유족들과 만기 출소한 세 사람은 “진실 만큼은 꼭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변성환 부장판사)는 26일 지난 1999년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재심 결정을 위한 첫 심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임모씨(36) 등 3명은 변호인을 통해 “당시 경찰의 폭행으로 인해 거짓 자백을 했으며, 이런 강압행위는 체포된 순간부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지속적인 폭력 행위가 있었으며 이는 현장검증 장면이 담긴 파일에도 고스란히 나와 있다”면서 “영상을 보면 경찰관들이 임씨 등에게 모욕적인 발언과 가혹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는 직무상 범죄가 확실하다”고 재심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또 다른 용의자로 지목된 A씨 등 3명은 범인이 아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진술을 검찰에서 했다”면서 “실제 최근 A씨를 만나보니 자신이 진범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임씨 등 3명(당시 19~20세)은 지난 1999년 2월6일 오전 4시께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들어가 주인 유모씨(당시 76세·여)의 입을 막아 숨지게 한 뒤 현금 등을 가지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돼 그해 10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형이 확정된 뒤 1개월 뒤 부산지방검찰청이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용의자 3명을 붙잡아 자백을 받았지만, 전주지검으로 사건이 넘어온 뒤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에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한편 이날 심리가 끝난 뒤 임씨 등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 경찰관들의 강압행위가 있었다”며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매일같이 그때 상황이 떠오르고 속이 끓어 올랐다”면서 “당시 수사를 했던 형사, 검사들이 우리처럼 한 번 살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유족들도 임씨 등의 억울함을 꼭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유씨의 사위 박모씨(56)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른 젊은이들의 앞날이 캄캄해 그들과 함께 나서게 됐다”며 “진실이 밝혀져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검사, 판사가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현장 검증 장면을 내가 직접 촬영했으며, 이를 보면 경찰들이 강압 행위를 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나온다”면서 “그때 비디오를 촬영한 것도 돌아가신 장모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이들의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