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강단 떠나는 은희천 전주대 교수 "내 역할은 거름, 열매는 후대 몫"

8일 퇴임 독주회 앞서 제자들 헌정음악회 열어 / 전북 최초 오케스트라 창단·클래식 대중화 앞장

 

오는 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독주회를 갖는 은희천 전주대 교수.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갖는 연주회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은 교수는 마지막 독주회로 생각하고 준비했다. “손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다”고 이유를 댔지만, “그동안 독주회와 오케스트라 연주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줬다”며 “이제는 신세지는 일은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신이 물러나야 제자들에게 기회가 더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들어주고 박수쳐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것.

 

클래식 저변확대를 위한 그의 활동은 유난했다. 1980년 전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오케스트라(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또한 2009년에는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만들기도 했다. 두 단체 모두 클래식 전공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클래식을 접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 관심을 갖고 즐기게 하기 위해 꾸렸다. 오케스트라 단원 대부분을 전북에서 공부한 이들로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단체는 왕성하게 활동했다. 도내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기획공연을 보였고, 클래식 인구를 늘리는데도 기여했다. 두 연주단은 든든한 후원회를 두고 있는데, 후원회를 꾸리고 운영하는데도 은 교수가 적극적이었다. 민간연주단으로는 드물게 급여를 주는 클나무오케스트라 운영방식도 그가 만든 제도다.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는 제자 최형우 단장에게 운영을 맡겼고, 클나무오케스트라도 제자들이 자립적으로 꾸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의 제자사랑은 독주회에서도 이어진다. 에클레스의 소나타(H. Eccles sonsts g minor)와 모차르트의 소나타(W. A. Mozart Sonata C Major K.296), 그리그의 소나타(E. H. Grieg Sonata N.3, e minor Op. 45)를 들려준다. “기술과 기량이 많이 필요한 정열적인 곡이어서 걱정이 많다”지만 바로크·고전·낭만시대 곡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어 선곡한 ‘교육적 목적을 둔 연주곡’이다. 모차르트 곡은 첫 독주회 연주곡이기도 했다.

 

교수의 독주회에 앞서 제자들은 지난 1일 헌정 음악회를 열었다. 최영호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 단장과 고주환 KBS교향악단 바순 부수석,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전주대 바이올린 듀오가 마련한 무대다. 은 교수는 “감동적이고 행복한 무대였다”면서 “강단에 선 4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다”고 했다.

 

“거름이 되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습니다. 충실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죠. 열매는 후대의 몫입니다. 예술장르 모두가 그러하죠. 이제는 다른 역할을 찾아보려 합니다.” 은 교수는 퇴임 후 “국산바이올린으로 어린이를 가르칠 계획”이다. “교육적인 차원에서라도 어린이들에게 양손을 사용하는 악기 연주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어린 제자들과 만날 계획에 설레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