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한·중 FTA인가

▲ 유성엽 국회의원
한국·중국 FTA 비준동의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96표, 반대 34표, 기권 35표로 통과됐다. 필자는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의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체결된 모든 FTA가 그렇듯 피해액과 규모에 대한 산정은 저평가됐고, 경제적 효과는 과대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해를 보는 분야의 국민들에 대한 배려는 미흡할 뿐 아니라 거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 또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액 저평가, 경제적 효과는 과장

 

필자는 FTA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감내한 희생이 온전히 보전되었는지에 대한 논의, FTA로 이득을 보는 산업이 그 이득의 일부를 피해산업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FTA에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를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과한 주장이 아니라 작년 11월, 한·캐나다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앞서 국회 여·야·정 협의체가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또는 그 대안에 대하여 정부는 성실하게 연구 및 검토’를 하고 ‘한·중 FTA 국내보완대책 마련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성실히 지키라는 당연한 주문이었다.

 

그런데 완성된 연구보고서는 실제 FTA로 인한 산업별 무역이득을 산출해보려는 시도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피해분야, 수혜분야의 의견청취조차 없었다. 이번 한·중 FTA 비준동의안 통과과정에서 FTA가 야기한 농업과 산업의 처참한 양극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실로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정부가 협정안에 서명을 한 직후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FTA가 ‘연내에 발효되지 않으면 하루 40억 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지고 내년엔 연간 1조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손해를 보는 주체는 누구인지 그리고 이 금액은 어떻게 산정됐는지 미스테리다.

 

물론 협상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고, 정부는 약간의 움직임을 보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는 어떻게든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농업과 농민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농업과 농민을 대하는 태도이다. 헌신짝 취급도 도를 넘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쌀값 21만원을 보장한다고 공약까지 했으면서 14만원으로 폭락한 쌀값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에게 물대포를 앞세웠다. 생사기로에 서 있는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집회참가자들을 ‘IS’에 비유했다. 본인의 생존이 걸린 국가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는 국민들을 인질살해, 테러를 일삼는 범죄 집단과 동일선상에 놓고 있는 것이 정부가 농민을 바라보는 시선, 태도이다.

 

농업·농민 헌신짝 취급하는 정부

 

한·중 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한·중 FTA 보완 촉구 결의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신속히 서비스·투자 분야 2단계 협상을 개시하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적된 환경문제 해결과 식품안전 확보 방안을 후속 협상 시 성의 있게 협의하며, 양 국 정부가 한·중 FTA의 이행 과정에서 적극적인 보완 방안을 성의 있게 논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필요한 촉구이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농업을, 농민을 나아가 국민들 대하는 정부의 철학이 너무나도 빈곤하기 때문은 아닐까? FTA를 체결할 때마다 드러나는 정부의 민낯, 속내를 보아 온 우리 국민들은 배려나 고민의 흔적은 없고 미흡한 대책뿐인 한·중 FTA가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