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가 선택한 전주

▲ 조봉업 전주시 부시장
2015년 9월 25일. FIFA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7 U-20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도시를 세계에 알렸다. 놀랍게도 인구 천만의 수도 서울이 탈락했고, 대신 인구 67만의 전주시가 수원, 대전, 인천, 천안, 제주와 함께 개최도시로 선정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리고 FIFA는 개최도시 명단과 함께 전주성의 녹색 그라운드가 담긴 사진 한 장을 함께 게재했다. 전주를 향한 FIFA의 기대와 관심을 사진 한 장에 에둘러 표현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낭보가 이어졌다. 11월 24일, FIFA는 트위터에서 U-20 월드컵 대회 개막전을 전주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전주는 대회의 핵심 경기라 할 8강전과 4강전을 개최하는 영광도 안았다. 광역권 도시들을 제치고 전주가 거둔 이번 쾌거를 두고 축구 관계자들은 시민들의 남다른 축구 열기와 유치 열의가 이뤄낸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U-20 대회 유치에 나설 당시만 해도 전주는 경쟁도시 중 약체로 꼽혔다. 서울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였고, 인천은 작년 아시안게임 개최지이자 국제공항 보유도시라는 장점이 있었다. 다른 도시들도 입지, 교통, 숙박 등에서 대개 전주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전주는 이 모든 열세를 시민과 함께, 시민의 힘으로 극복해내는 감동의 드라마를 써냈다. K-리그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명문팀과 리그 경기 평균 관중 수 1만 7000명을 자랑하는 충성스러운 팬을 보유한 도시, 서포터즈 뿐만 아니라 관중 모두가 응원의 함성으로 하나 되는 도시, 정갈한 음식과 한옥이 있고, 가장 예스러운 문화와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공존하는 도시…. 실사를 위해 직접 전주를 찾았던 FIFA 관계자들은 전주의 매력과 잠재력에 놀라움과 만족감을 표현했다. 리아논 마틴(Rhiannon Martin) 대회실사단장은 “very amazing, fantastic, awesome!(매우 놀랍고 경이롭습니다!)”이라는 최상급의 표현으로 전주시의 프리젠테이션을 칭찬했다. 축구를 향한 시민들의 열정, 도시의 문화적 역량이 약체 경쟁도시였던 전주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었다. 1만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싸움의 규칙’을 바꾼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힘으로만 대결하던 기존의 규칙을 벗어나 돌팔매라는 창조적인 전략으로 접근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U-20 대회에서 전주가 거둔 성과 역시 다윗의 전략과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인구, 숙박, 교통 등 규모와 객관적 여건으로는 극복할 수 없었던 벽을 전주가 ‘독특함과 열정’이라는 도전으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것도 시민과 함께 보여줬기에 더욱 의미 깊은 일이었다. FIFA가 개최국의 문화와 대회의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줘야 할 개막전의 주인공으로 전주를 선택한 이유 역시 전주가 보여준 감동을 세계에 전해달라는 기대감을 담은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작지만 강한 도시’, 전주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주의 발걸음이야말로 앞으로 한국 축구의 새 문화를 만드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대회는 앞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는 유치의 열정을 성공적인 개최로 바꿔나가야 할 때다. 유치에서 보여줬던 열정과 참여의 의지를 시민과 함께 대회 개최효과를 극대화하고, 전주만이 갖고 있는 문화월드컵으로 이어 나간다면 우리는 또 다른 감동의 드라마를 쓰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